첫 번째 처방전은 '힐링'…여기는 병원입니다

인사이드 스토리 - 친환경·문화를 품은 병원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강남을지병원 2층. 지난달 27일 문을 연 ‘올드스토리뮤지엄’에 들어서면 수백만년 전 공룡·대형거북 화석과 운석 등 희귀 광물을 볼 수 있다. 병원에 설치된 국내 최초의 화석 전시관이다. 이 병원 2층과 4층에 꾸며진 뮤지엄에는 화석 210여점과 희귀 광물 230여점이 전시돼 있다.

화석 DVD 자료를 감상할 수 있는 별도 학습공간도 마련돼 있다. 호박·운석관이 있는 4층에는 호박 속에 묻힌 다양한 곤충과 운석, 삼엽충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가 병원이야, 자연사박물관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 자연사박물관처럼 공룡 전시 > 강남을지병원 ‘올드스토리뮤지엄’
○‘자연 이미지’ 강조하는 병원들

병원이 공룡·화석 전시관을 만든 이유는 뭘까.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은 “병원은 환자들이 병을 고치러 오는 곳이지만 마음도 ‘힐링(치유)’을 필요로 한다”며 “심신이 지친 환자와 보호자들이 수백만년 전 생명체를 보면서 자연과 생명의 위대함, 신비로움을 직접 체험해 보고 또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느끼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건립 배경을 설명했다.

< 상추·치커리 키우고… > 인천 국제성모병원 ‘식물공장’
지난 2월 인천시 서구에 문을 국제성모병원 1층에 마련된 식물공장(양액과 빛으로 청정 채소를 재배하는 시설)도 비슷한 이유로 만들어졌다. 이곳은 600㎡ 면적에 5단으로 된 수경재배 시설이 들어서 있다. 상추·치커리를 비롯한 각종 채소를 길러 ‘식물재배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유정식 국제성모병원 홍보마케팅 총괄부장은 “환자나 보호자가 식물을 직접 기르면 마음의 평안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며 “여기서 80g 크기로 매일 약 1000포기의 상추를 수확한다”고 설명했다. 수확한 채소는 대부분 환자들의 식재료로 쓴다. 국제성모병원은 연내에 30㎡ 규모의 버섯 재배시설도 운영할 계획이다.

○“좋은 환경이 혈압 떨어뜨려”지난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병원을 확장 개원한 아이러브안과는 개인병원으로는 드물게 공연장 시설(70석 규모)을 갖췄다. 전문 연주용 그랜드피아노도 들여놓았다. 예술가들이 무료로 공연할 수 있다.

노안시술의 대가로 알려진 박영순 아이러브안과 대표원장은 “문화콘텐츠를 통해 환자들이 아픈 눈과 마음을 치료하고, 일상에 지친 일반인들이 활력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연시설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유리천장…별 보이는 병실 > 대전 유성 선병원
이달에 개원 2주년을 맞는 대전시 유성선병원 국제검진센터는 천장이 위로 치솟은 ‘A자형 사다리꼴’로 돼 있다. 검진센터가 하늘을 향해 치솟은 느낌이다. 천장을 모두 투명 유리로 장식해 1박2일 코스의 숙박 검진을 받는 환자들이 병실 침대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다. 또 병원과 닿아 있는 야산과 공원을 활용해 산책로를 만들었다. 환자들이 환자복을 입은 채 숲 속에서 산책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선승훈 선병원 의료원장은 “에코 환경은 환자들의 혈압을 떨어뜨리고 맥박을 늦추며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며 “앞으로 병원은 의료진과 장비의 우수함, 친절 서비스뿐만 아니라 어떤 치유 환경을 갖추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