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숙 교동씨엠 사장 "현대적인 맛 입힌 한과, 외국인도 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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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女成(여성 성공)시대“충남 논산 딸기로 만든 발효 과자입니다. 이건 제주도산 백년초로 만들었고요. 한번 드셔 보세요.”
英 상류층도 반한 한과
특허받은 발효과자 '고시볼', 주문 늘어 '반자동화' 생산
맛있고 건강에 좋은 '디저트'
中·日처럼 다양한 장소에서 누구나 쉽게 맛볼 수 있어야
지난 4일 서울 논현로 교동씨엠 서울사옥에서 만난 심영숙 사장은 형형색색 빛깔이 고운 ‘고시볼’을 권했다. 고시볼은 교동씨엠이 특허를 받은 한과다. 전통 방식으로 숙성한 부드러운 찹쌀과 동결 건조한 제철 과일 및 곡물로 빚었다. 음식을 먹기 전에 신과 자연에 복을 기원하는 행위인 ‘고수레’와 정성스레 그릇에 담아 선사하는 동그란 모양의 과자를 뜻하는 ‘볼’을 합쳐 이름을 붙였다.심 사장은 “영국의 한 상류층 고객이 3년 전부터 주문할 정도로 외국인 입맛도 사로잡았다”며 “서양 디저트인 마카롱보다 맛이 뛰어나고 건강에도 좋다”고 자랑했다.
◆한과 제조라인 만들어
심 사장은 1999년 전통과자 브랜드 ‘교동한과’를 만드는 교동씨엠을 창업했다. 전업주부였던 그가 한과업체를 차린 건 남편의 제안 때문이었다. 남편이 운영하던 무역회사의 외국 바이어에게 선물로 직접 한과를 만들어주곤 했다.심 사장은 “외국인에게 직접 만든 한과를 선물하면 매우 좋아했다”며 “현대화된 전통과자를 만들어 한과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심 사장은 창업할 때의 다짐을 회사 이름에 담았다. 교동씨엠은 전국 팔도 어디에나 있는 지역명인 ‘교동’과 전통을 뜻하는 영어 ‘classic’의 앞글자 ‘씨(C)’, 현대를 의미하는 ‘modern’의 첫 글자 엠(M)을 합쳤다. 누구나 좋아하는 현대적인 전통과자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심 사장의 의지와 달리 회사 경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입소문을 타고 주문량이 많아지자 손으로만 만드는 것이 버거워졌다. 결국 ‘반자동화’가 필요했다. 직접 손으로 만드는 전통과자 제작과정을 보다 수월하게 보완하는 설비가 필요했다. 심 사장은 “공학을 전공한 남편과 시행착오 끝에 제조라인을 구축할 수 있었다”며 “세계에서 하나뿐인 한과 제조 설비가 우리 공장에 여럿 있다”고 전했다.◆“한과 세계화 도움 필요”
교동씨엠은 한과의 맛뿐만 아니라 포장 디자인에도 공을 들인다. 은혜를 나누고 베푸는 사람의 아름다운 정을 담은 한과 ‘은작(恩作)’, 만물의 다양한 도움을 받아 생긴 땅으로부터 온 한과 ‘지작(地作)’, 방향을 틀어 땅의 온도와 볕의 농도를 정한 구름의 한과 ‘운작(雲作)’ 등 각각의 선물세트에 이야기를 더한 것도 특징이다.
교동한과는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AK플라자 등 유명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하지만 심 사장은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더 다양한 장소에서 전통과자를 선보이고 싶다는 것이다.그는 “일본이나 중국 등 이웃 나라는 전통과자를 적극 선보이고 있다”며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발효시킨 고급 한과를 세계인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