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규제 없애라] 규제 끝장토론 100일…28%만 풀었다

한경 기업신문고

지난달 말까지 약속한 25건 중 7건만 해결
지난 3월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 이른바 ‘규제개혁 끝장토론’(이하 끝장토론)으로 불린 이날 회의에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1988년 이후 국민소득은 다섯 배 늘었지만 해외여행객 1인당 면세 한도는 400달러(1996년 기준)로 요지부동”이라고 지적했다. 18년째 400달러로 묶인 해외여행객 면세 한도가 현실성이 없으니 과감히 풀어달라는 건의였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정부 부처 장관 등은 이 건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열흘 뒤 국무총리실도 ‘해외여행객 면세 한도 상향’ 건의를 6월 말까지 처리하겠다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해외여행객 면세 한도를 올리는 건 여전히 ‘검토 중’이다. 끝장토론에서 밝힌 정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끝장토론에서 나왔던 규제개혁 건의과제 가운데 올 상반기까지 해결된 규제는 2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7일 한국경제신문이 끝장토론에서 나왔던 규제개혁 건의 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정부가 6월 말까지 해결하기로 한 과제 25건 가운데 해결된 과제는 7건, 일부 해결된 과제는 4건이었다. 나머지 14건은 정부가 약속한 처리 시한을 넘겼는데도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이에 앞서 국무조정실은 3월30일 끝장토론에서 나온 52건의 규제개혁 건의에 대한 처리 일정까지 내놨다. 그러나 4월 말까지 즉시 처리하기로 했던 7개 안건 가운데 완전히 해결된 안건은 화학물질 관련 신규 법률 제정에 따른 중소기업 대응 지원, 새로운 환경 규제 도입 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 세 건에 불과했다.

청·장년 인턴제 지원 대상을 5인 미만 사업자로 확대해 달라는 안건 등은 일부만 해결됐다. 삼성전자 갤럭시S5 사례에서 보듯 의료 관련 센서를 부착한 스마트폰 출시를 가로막았던 규제는 ‘심박수 측정’ 기능에 한해 허용됐을 뿐이다. 다른 업체들이 심박수 측정 외에 혈당 측정 등 다른 의료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데 대해선 여전히 ‘불허’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정부가 6월 말까지 풀기로 약속했던 건의과제도 대부분 해결되지 않았다. 해외여행객 면세 한도는 물론 중소기업 가업 승계 시 상속세율을 낮춰달라는 건의도 미결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여파를 고려하더라도 6월 말까지 규제개혁 약속 이행률이 20%대에 불과한 것을 보면서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태명/김주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