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의 공연리뷰]연극 ‘안데르센’의 특별한 여행

안데르센의 ‘특별한 여행’과 ‘콤플렉스’의 시선
연극 안데르센의 한 장면
○연극 ‘안데르센’과 함께하는 특별한 여행

이윤택 연출가가 동화로 돌아왔다. 그가 동화를 들고, 연극으로 안데르센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삶과 아름다운 동화이야기를 연극으로 녹였다. 공연 제목은 ‘안데르센’이다. 7월6일까지 국립극장 판 소극장에서 공연을 끝냈다. 이윤택 연출이 글을 쓰고, 연희단거리패 이윤주가 연출을 맡았다. 공연부제는 어른들을 위한 몽상극 이다. 이윤택 연출가가 동화를 마음에 품고 글을 쓰고 있다는 자체로 마음을 놓이게 만든다. 이번 연극이 더욱 특별해진 이유다. 동화에 어른들 마음을 담고 치유하려고 한다. 동화한편을 입체적으로 읽어내도록 맛을 우려낸다.

긴 인생여행은 인간의 순수함을 잃게 한다. 맑은 영혼은 몸속을 떠난다. 특별한 여행은 찢어지고 갈라져 있는 마음을 수선하기 위해 떠난다. 각자의 방법으로 손질된다. 마음을 모으고 회복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자국이 크게 갈라져 있으면 어려운 일이다. 찢겨져 있으면 붙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번 안데르센 연극은 이런 점에서 특별하다.

무대에서 태어나는 그의 삶과 동화 이야기는 바라보는 사람의 멈추어져 있는 삶과 결핍의 자아를 마주하게 만든다. 연극을 마주하는 동안 부끄럽게 만든다. 몸이 뒤틀리고,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안데르센이 여행을 떠나는 대로 마음과 시선을 맡기면 감정은 움직여진다. 감정이 꿈틀대면 치유가 가능한 것이다. 내 삶에서 툭툭 떨어져 나간 마음이 안데르센 이야기에 담겨 있다. 안데르센 동화로 마음을 수행하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길 원한다면 올 여름 마음치유 여행은 연극 안데르센을 선택 하는 것으로도 특별한 여행이 될 것 같다.

○안데르센의 결핍의 자아와 콤플렉스의 시선

이번 연극에서는 안데르센의 결핍의 자아적 시선과 그의 고단한 삶이 아름답게 투영된다. 불멸의 동화작인 안데르센 삶은 동화만큼 아름답지 못했다. 1805년 4월2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은 구두수선공 아들로 덴마크 오덴세에서 태어났다. 신분의 결핍과 성장기의 콤플렉스적 자아는 그가 결혼도 못한 채 홀로 숨을 거둘 때 까지 따라 다녔고 괴롭혔다.

출생의 신분, 못생긴 외모, 학력,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 할아버지의 정신질환과 죽음. 목소리 상실, 실연, 등이다. 19세기 덴마크 왕실사회의 사회적인 환경으로만 본다면 성공조건은 제로에 가깝고, 제도권으로 들어 올수 없는 변방이다. 성공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현대 사회는 한 가지만 제대로 잘하고 특성화 시키면 성공한다. 학력은 문제될 수 없고, 가족사는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면 흉 될게 없다. 그는 작가로써의 성공확률 제로를 뚫고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그에게 결핍이 존재하지 않고 콤플렉스의 시달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결핍으로 갈라져 있는 콤플렉스를 버리지 않았고 움켜쥐었다. 콤플렉스는 용기가 됐고, 배우가 되어야 한다는 집념이 됐다. 타고난 목소리는 가능성을 심어주었다. 어린 시절 부모와 할머니로부터 전해들은 수많은 이야기들은 상상을 자극했다. 작가로써 큰 자산이 됐다. 구두 수선공의 아들이 누려야 하는 작은 방에서의 유일한 놀이의 대상은 종이인형 만들기다. 종이 한 장은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놀이가 됐고, 그것을 끊임없이 즐겼다. 결핍의 자아는 그것으로 손질되고 채워져 갔다. 즐길수록 상상의 풍요는 넘쳤다.

이웃들은 안데르센을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없는 변방의 인물로 봤다.

안데르센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름의 가치를 스스로는 버리지 않고 확고하게 믿었다. 콤플렉스는 그가 마지막까지 꿈틀거리면서 전진 할 수밖에 없는 동력이다. 콤플렉스와 결핍은 그의 마음을 훈련시켰다. 타고난 목소리에 시 암송 표현에 감정 넣기는 유일한 자산 이였고 남다른 재능 이였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의 타고난 노력과 목소리는 코펜하겐 시절 여러 예술가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에게 치유가 된다.

왕립극장의 입성은 결핍과 콤플렉스에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확고하게 믿고 달린 도전의 성공이다. 변성기에 목소리를 잃고 난 뒤에도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작가로써 가능성을 스스로 발견했다. 목소리의 상실로 배우의 꿈을 접고 작가로써의 인생 2막은 왕립극단의 단장인 ‘요나스 콜린’을 만나면서 인생역전이 된다.

문법학교를 다니면서 그는 글쓰기를 혹독하게 훈련을 받는다.

그의 남다른 재능을 인정하지 않았던 문법학교에서의 글쓰기가 유일한 놀이였고 치유였다. 이러한 과정에서의 그의 극적 상상은 다른 시선과 다름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목소리의 상실로 배우의 꿈을 접지만 절망과 고독 그리고 손상되어 있는 결핍의 자아는 다름의 인간을 만들어 낸다. 새로운 도전은 세계적인 동화작가로 만들어낸 성공의 결핍이다. 그의 내면세계는 그의 상상과 이야기로 치유가 되며, 동화의 주인공들과 동일시되는 이유다.

1827년 발표한 ‘죽어가는 아이’ 동화적 ‘시’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특유의 상상과 주인공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그에게 일반적인 시의형식, 규칙적 문법, 평범한 사고와 상상을 요구했다면 안데르센의 주옥같은 동화이야기는 존재 할 수 없는 일이다. 성장기에 내재 되고 쌓여있는 자아의 결핍과 콤플렉스는 유일한 친구이자 구원이 된다. 그가 만약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그의 동화에 존재하는 다름의 가치와 인물들의 특수함은 발견될 수 없다. 자신을 바라보는 확고한 자신감은 안데르센만이 표현 할 수 있는 독창성이다.

1829년 발표한 첫 번째 동화 ‘도보여행기’를 발간하면서 문단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이후, 1835년에 발표한 ‘즉흥시인’으로 유명작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동화를 문학으로 성장시킨 그의 특별한 이야기들은 1835년 ‘동화, 아이들을 위한’ 제목의 첫 번째 동화집과 7개월 후에 발간한 두 번째 동화모음집 ‘엄지공주, 개구쟁이 소년, 길동무’를 발간하면서 그의 이야기에는 특별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상징과 내면을 이야기 인물 속에 투영한다.

1837년에는‘인어공주’와 ‘벌거벗은 임금님’이 수록된 동화집이 출간되면서 안데르센만의 아동문학을 구축하게 된다. 그의 수많은 이야기는 아동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안데르센의 이야기를 읽고 들으면 감정이 떨려오고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며, 읽는 동안 결핍의 자아가 구원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이야기에는 온전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평범하지 않다. 절망, 손상, 결핍, 다름, 특수함, 외로움들이 담겨있다. 인물들은 이러한 손상들을 이겨내고 극복한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읽으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데르센도 이야기에 자신을 투영함으로써 손상된 자신도 그의 내면을 치유했다. 독자들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과 동일시된 인물과 마주 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 몸이 뒤틀리고, 눈은 충혈 된다. 책을 덮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한다. 그가 콤플렉스를 긍정의 시선으로 환기시키지 않았다면 200여년이 지난 지금, 안데르센 동화를 읽고 연극으로 만날 수 없는 일이다. 그에게 손상된 결핍과 콤플렉스는 유일한 구원이자 소중한 자산이고 독창적인 이야기로 안내하는 안데르센의 힘이다. 연희단거리패는 안데르센의 이야기를 들고 관객들 마음의 치유에 나서고 있다.


공연 리뷰 김건표(대경대학교 연극영화방송학부 교수)/연극·뮤지컬·공연·평론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