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번역기가 ‘한국야구위원회’라고 한 KBO (카이퍼벨트천체) 탐구

여담 한마디. 구글 번역시스템을 이용해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천문 관련 기사를 읽다가 발견한 ‘재미있는’ 한글 번역 사례입니다. 이 시스템이 내용 중에 나온 영어약자 ‘KBO’를 우리 말로 ‘한국야구위원회’라고 옮겼다는 사실.

순간 “한글 번역 정말 정확하게 하네!”라는 생각과 함께 입가에 미소를 흘렸습니다. 사실 NASA가 기사에서 사용한 ‘KBO’는 Kuiper Belt Object의 약자로 굳이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카이퍼 벨트 천체’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 홈페이지 이미지 캡처
위 사진 [NASA 홈페이지 캡처]과 함께 게재된 NASA측 기사는 이런 내용입니다. “한 때 (8년 전인 2006년 까지) 태양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행성으로 불리던 명왕성이 속한, 그러나 현재 연구가 거의 안 된 ‘미지의 세계’인 카이퍼벨트에서 천체 KBO 2개를 새로 발견했다.”

이를 발견한 주역은 허블우주망원경. 이 망원경이 찍은 200장의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라고 합니다. 다만 천체가 하나의 ‘점’에 불과해 소행성인 지 또는 다른 것인 지 여부에 대해선 밝히지 못했다는 얘기고요.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카이퍼 벨트는 ‘수-금-지-화-목-토-천-해’ 8개 행성으로 구성한 태양계의 맨 바깥에 있는 해왕성궤도 [태양에서 약 30AU거리=AU는 지구와 태양간 거리로 약 1억5000만km]에서 약 50AU 사이 영역을 일컫습니다. 이곳 황도면 부근에 물과 얼음으로 된 작은 천체가 도넛모양으로 밀집해 있을 거라는 추정이며 보통 단주기 혜성이 기원하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 벨트 바깥쪽 경계는 ‘애매하지만’ 가설의 세계인 오르트구름과 이어져 있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추론입니다.[아래 이미지 참조=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이미지출처=한국천문연구원 제공
NASA 과학자들은 “카이퍼 벨트에는 소행성이 많이 존재할 것으로 보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현재까지 연구된 자료가 거의 없다”고 밝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카이퍼 벨트는 46억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때 남은 물질들이 원형대로 보존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연구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입니다.

때문에 NASA측은 이번에 새로 발견한 KBO 2개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NASA는 앞서 국제천문연맹 IAU에 의해 행성지위가 박탈되기 직전이자 6년 전인 2006년 1월, 인류 최초로 행성 ‘명왕성’ 탐사를 목적으로 ‘뉴호라이즌스 New Horizons’라는 우주선을 발사했습니다. 뉴호라이즌스호는 앞으로 딱 1년 뒤 2015년 7월, 명왕성에 1만km까지 근접하고 이에 대한 탐사 활동을 벌일 예정이고요. 그 뒤 문제의 카이퍼 벨트로 진입해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색 작업을 계속한다는 겁니다.

이번에 발견한 KBO 2개가 뉴호라이즌스의 매우 ‘적절한’ 연구 대상이라는 게 NASA측의 기대입니다.

참고로 뉴호라이즌스의 발사 첫 목적지이자 저승신 의미의 명왕성 冥王星, Pluto은 ‘불운의 별’로 불리지요. 2006년 8월 24일 IAU가 회의를 열어 태양계 ‘행성 Planet’의 지위를 박탈하고 명칭을 왜소행성 Dwarf Planet ‘134340’으로 격하한 때문입니다.명왕성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해발 2210m 플랙스태프에 위치한 로웰천문대에서 조수로 활동하던 23세의 클라이드 톰보가 1930년 2월 발견한 행성입니다.

유럽인이 아닌 미국인이 그것도 20세기 들어 유일하게 발견한 이 별은 이 후 끊임없는 ‘자격미달’ 논란을 빚다가 결국 퇴출의 운명을 맞았습니다.

명왕성의 최초 발견자인 클라이드 톰보는 류현진이 소속한 미국 메이저리그야구 MLB의 LA다저스의 에이스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 Clayton Edward Kershaw의 종조부라고 합니다. 종조부 Granduncle는 할아버지의 형님 또는 아우를 일컫고요.

명왕성의 행성 퇴출사태 7개월 전에 발사돼 내년 7월 14일 명왕성에 근접하는 뉴 호라이즌스엔 1997년 사망한 클라이드 톰보의 유해 일부가 실려 있다고 합니다. 커쇼는 미국의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명왕성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행성으로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