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정치에 눈먼 여야, 돌려막기 공천 남발

현장에서

안철수 "하느님도 비판받을 수밖에" 탄식
새누리 나경원 "당의 뜻 따라" 동작을 출마
새정치聯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전략공천
“저와 인연 있는 사람을 앉히면 자기 사람 챙긴다고 하고 저와 인연이 없으면 자기 사람도 못 챙긴다고 한다. 이런 잣대라면 하느님도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7·30 재·보궐선거 공천과 관련, 자신에게 쏠리는 비난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뗐다. 광주 광산을에 출마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기습적으로 서울 동작을에 내리꽂으면서 촉발된 당내 분란과 계파 갈등에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전날 밤 ‘안철수의 입’으로 통했던 금태섭 전 대변인이 당의 수원정 전략공천 방침을 걷어찬 직후여서 그의 작심 발언은 ‘투톱’ 중 한 명인 김한길 공동대표에게 향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후보 등록(11일) 마감을 이틀 앞둔 9일까지 야당은 선거가 치러질 15곳의 대진표를 100% 완성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거듭된 고사로 애를 태웠던 서울 동작을에 나경원 전 의원을 전격 영입함으로써 한숨 돌렸다. 하지만 충남 서산·태안은 후보로 공천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당내 반발로 이날 공천 결정 재심을 통해 김제식 변호사로 교체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당의 뜻에 따르겠다”며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고 출마를 선언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공천 갈등의 또 다른 진원지인 광주 광산을에 모두의 예상을 깨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격 공천했다. 그렇지만 당내 반발이 터져 나왔다.조경태 최고위원은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와 “광주 광산을은 권 전 과장으로 결정났다. 원래 광산을에 4명의 후보가 공천을 신청했는데, (공천을 신청한) 천정배 전 의원 죽이기 공천”이라며 “두 대표는 밀어붙이기식 잘못된 공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무소속’ 출마로 이곳에 배수진을 쳤던 천 전 법무부 장관은 당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김·안 대표는 개혁 및 신진 등용 차원에서 기 전 부시장을 서울로 끌어올려 ‘돌려막기 공천’이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권 전 과장의 광주 공천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권 전 과장 공천에 대해 “당은 물론 당사자도 대통령 선거의 댓글 폭로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전국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회전문식 공천’과 관련해 당내 복잡한 갈등 구도가 숨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인 기 전 부시장을 광주에서 서울로 끌어올린 데는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광주보다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 박 시장 측근을 끌어올린 것은 박 시장에게 정치적인 상처를 주기 위한 숨은 전략이 있다는 설이다.새정치연합은 또 이날 경기 수원을(권선)에 백혜련 경기도당 여성위원장을, 수원병(팔달)에 손학규 상임고문을, 수원정(영통)에 박광온 대변인을, 충북 충주에 한창희 전 충주시장을 후보로 내세우기로 결정했다.

새누리당은 수원정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수원을과 수원병에는 정미경 전 의원과 김용남 변호사를 각각 공천했다.

새누리당도 평택을에 지원했던 임 전 실장과 나 전 의원을 지역연고가 전혀 없는 곳에 전략 공천한 것을 두고 ‘구태정치 반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력 후보들을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 투입하는 이른바 ‘전략공천’은 선거 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여야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동작을 지역에서 패배할 경우 각 당은 상당한 후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