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달러당 1019원까지 급등…포르투갈 위기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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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 회피심리 작용원·달러 환율이 엿새 연속 오르며 11일 장중 달러당 1020원 선을 회복했다. 포르투갈발(發) 악재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5원 넘게 급등했다. 하지만 환율이 세 자릿수 붕괴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란 분석이 많다.
아시아통화 대부분 약세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원70전 오른 1015원10전에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 밤 역외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원화는 약세로 출발했다. 고점은 차츰차츰 오르더니 오후 2시께 달러당 1020원80전까지 상승하기도 했다.이건희 외환은행 트레이딩부 과장은 “환율이 달러당 1020원 선을 넘자 관망하던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가 늘어나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환율은 5원60전 상승한 달러당 1019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 달러당 1010원 선까지 붕괴됐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부터 엿새 연속 상승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달 25일 달러당 1021원(종가 기준) 이후 12거래일 만의 최고치다.
금리인하 기대감·유럽 리스크 영향한동안 잠잠했던 유럽발 악재가 환율을 반등으로 이끌었다. 전날 밤 포르투갈의 금융지주사인 이스피리투산투인테르나시오나우(ESI)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에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강해진 것. 덩달아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이날 원화를 비롯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싱가포르 달러 등 아시아 통화 대부분이 약세를 나타냈다. 이미 지난달 불거진 이라크 정정불안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심리는 예전보다 강해진 상황이었다.
국내 요인도 있었다. 지난 10일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떨어뜨리며 경기부진 우려가 높아졌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동결 결정에 소수의견이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금리가 내리면 국내로 들어오는 투자자금이 줄고 원화가치는 떨어질(환율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다.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평소 같으면 기준금리 방향이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최근 환율을 끌어올릴 만한 변수가 워낙 없다 보니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오는 10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달러가 장기적으로 강세로 갈 것이란 진단이다.
이 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포르투갈 금융불안 영향은 단기적이겠지만 환율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곧 미국의 테이퍼링이 종료되고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시작되면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 가치도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당국도 급격한 환율 하락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세 자릿수 붕괴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하지만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시장 수급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매도 압력은 여전히 높다. 한은이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기존 680억달러에서 840억달러로 상향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오를 때마다 수출업체들의 달러매도가 나와 상승폭이 제한될 것으로 관측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은 하반기 평균 1000원 선을 나타낼 것”이라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높기 때문에 외국인의 투자자금이 들어오면서 환율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지혜/김유미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