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추석'의 습격] 바캉스용품 팔며 추석상품 예약 판매…유통매장 '뒤죽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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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대혼란에 소비자 부담도 커져15일 오후 서울 문래동 홈플러스 영등포점에는 바캉스 용품 할인 행사를 알리는 고지물과 추석 선물세트를 예약 판매한다는 안내문구가 나란히 붙었다. 7월 중순으로 휴가철이 시작되는 시기이지만 추석(9월8일)이 한 달반 앞으로 다가와 두 행사를 동시에 진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예년엔 두 번으로 나뉘던 대목이 올해는 한 번에 몰렸다”며 “가뜩이나 매출이 부진한데 추석 효과도 기대에 못 미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두 번의 대목이 한 번에 몰려" 울상
'여름 추석' 소비진작 효과 낮고 물가에 악영향
이번 추석은 여름휴가 직후인 9월 초로 당겨져 유통업체에서는 벌써부터 애를 태우고 있다. 휴가 때 많은 돈을 쓴 소비자들이 구매 여력을 회복하기도 전에 명절을 맞기 때문이다. 농작물 생육 기간이 짧아 과일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소비진작 효과 낮은 여름 추석
한국경제신문이 15일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여름 추석’은 소비를 늘리는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추석이 계절상 여름에 속했던 해의 9월 평균 소비증가율은 전월 대비 6.6%였다. 추석이 가을에 속했던 해의 9월 평균 소비증가율 9.1%보다 2.5%포인트 낮았다.기상청은 하루평균 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떨어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을 가을의 시작으로 본다. 이런 기준으로 분류했을 때 지난 14년간 추석이 여름이었던 해는 열 번, 가을이었던 해는 네 번이었다.
여름 추석의 소비 진작 효과가 작은 이유는 휴가 때 지출이 많았던 소비자들이 한 달여 만에 다시 큰돈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름휴가 직후 추석을 맞는 가계는 지출을 늘리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소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 추석은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 14년간 추석이 여름이었던 해의 9월에는 농·축·수산물 물가가 전달보다 평균 2.5% 올랐다. 반면 추석이 가을이었던 해의 9월 농·축·수산물 물가 평균 상승률은 전월 대비 1.4%에 그쳤다. 추석이 빨랐던 해에는 농산물이 채 수확되기 전에 제수용품 등 수요가 발생해 물가를 끌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사과 50%, 배 25% 상승 전망
올해 추석 과일값은 최대 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추석 7일 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사과 가격이 지난해 추석에 비해 50%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단감은 41%, 밤은 33%, 배는 2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물량 확보도 문제지만 생육 기간이 짧은 탓에 크고 잘 익은 1등급 상품을 구하기가 특히 어려워질 전망이다. 김상윤 이마트 MD는 “작년에 선물세트용으로 쓸 수 있는 ‘큰 배’가 100개 중 10개였다면 올해는 7~8개밖에 안 될 것”이라며 “집중호우나 태풍 피해라도 발생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유통업체들은 과일 거래처를 다변화하는 한편 계약재배 농가에 하우스 내 기온을 떨어뜨려 과일 생육을 촉진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또 사과와 배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과일로 추석 선물세트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키위 멜론 등 수입 과일 선물세트 비중을 높이고, 과일 외에 연어 랍스터 등 수산물 선물세트의 종류도 늘리기로 했다.
식품업체들은 과일이 비싸지면 가공식품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추석과 올 설에는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쳤지만 이번 추석에는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승호/이현동/강진규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