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시와 수공의 '물싸움'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물값을 강요하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다.”(서울시) “댐 건설에 따른 정당한 대가다.”(한국수자원공사)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판결 선고에서 양측이 주장한 논리다. 소송의 핵심은 ‘한강 물값’. 서울시는 2011년 1800억원을 들여 취수 지점을 기존 구의·자양 취수장에서 팔당댐 인근의 강북 취수장으로 옮겼다. 인근 왕숙천의 수질 저하로 깨끗한 한강물을 끌어오기 위해 취수장을 옮겼다.곧바로 수공이 물값을 내라고 요구했다. 취수장을 옮김에 따라 서울시가 갖고 있던 하루 176만t ‘기득수리권’을 상실했다고 결정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소송을 냈다. 기득수리권은 1986년 충주댐 건설 이전 세워진 취수장에 대해 수공이 주는 물 사용료 면제권이다. 대개 물값은 공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국가하천을 취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에 매년 수백억원의 물값을 낸다. 대신 정부는 댐이 건설되기 이전에 각 지자체가 사용하던 수량을 기득수리권으로 인정해 무료 사용권을 주고 있다.

문제는 취수 장소가 달라지면 정부가 기존의 기득수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신규로 건설한 강북취수장의 기득수리권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수공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매년 추가로 내야 하는 돈만 170억원에 이른다. 서울시는 장소와 상관없이 기득수리권을 총량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달 26일 판결에서 법원은 수공의 손을 들어줬다. 수공 측은 “하천수를 사용한 구의·자양취수장에서 댐용수를 사용하는 강북취수장으로 옮기면 물값을 내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법원도 수공의 손을 들어줬듯이 맞는 얘기다. 다만 서울시가 추가로 내게 된 연간 수백억원의 물값이 고스란히 서울시민의 몫이 된다는 점이 문제다. 시민들에게 기득수리권 등의 생소한 용어보다는 상수도 요금 인상이라는 게 피부로 와닿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갈등은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와 수공이 물값 문제를 시민들을 위한다는 관점에서 심도 있게 검토할 시점이 됐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