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재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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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리테일·한라건설·SK건설, 매년 배당주는 RCPS 발행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영구채권(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등 채권과 주식 성격을 모두 지닌 ‘하이브리드(잡종)형’ 증권 발행이 늘어날 움직임이다. 채권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증권 발행에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채권 이자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상품을 찾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IBK기업銀·JB금융지주 등 '코코본드' 발행 앞당겨
기관투자가 수익률 '만회'…기업, 저비용으로 유동성 확보
○RCPS·영구채 발행 재개한화건설은 지난달 26일 4000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했다. 이랜드리테일(3000억원)에 이어 1주일 만이다. 지난 3월 코오롱글로벌이 1000억원 규모를 발행한 뒤 잠잠하던 RCPS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SK건설은 이와 비슷한 상환우선주(RPS) 1750억원어치를 지난달과 이달 25일 두 차례에 걸쳐 발행하기로 했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몇 기업과 RCPS 신규 발행을 협의 중”이라며 “위험 선호도가 비교적 높은 중소형 화재보험사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여 예상보다 적은 비용으로 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랜드리테일과 한화건설의 RCPS 우선배당률은 연 6%를 웃돈다.각종 회계처리 관련 이슈로 얼어붙었던 영구채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할부금융회사인 현대커머셜이 지난달 13일 올 들어 처음 12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금리는 연 5.8%다. 영구채가 일반적으로 5년 만에 조기상환되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수익률이다. 이번 현대커머셜 발행을 계기로 재무 비율을 개선해야 하는 다른 캐피털사도 발행 여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RCPS와 영구채는 대부분 소수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발행하지만 일부는 증권사 신탁상품 기초자산으로 편입돼 일반 투자자에게 팔리고 있다.
○‘코코본드’ 서둘러 발행
은행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하는 코코본드도 국내시장 ‘데뷔’를 코앞에 두고 있다.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미리 발행에 나설 만큼 금리 여건이 좋다고 판단하는 은행이 적지 않아서다. IBK기업은행과 JB금융지주가 수천억원 규모로 현재 발행을 추진 중이다. 코코본드는 은행자본 비율이 미리 정해둔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원리금이 자동으로 주식으로 바뀌거나 상각되는 채권이다. 그만큼 과거 후순위채보다 투자위험이 크고 금리도 높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AA’ 신용등급 회사채 평균금리는 1년 전 연 3.3%(3년 만기 기준)에서 최근 2.9% 수준까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기업 자금조달 비용 관점에서 지금이 2013년이나 2012년보다 유리한 상황”이라며 “투자자 관점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상품이 절실해져 하이브리드형 증권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RCPS
매년 정해진 배당을 지급하고 보통주로 전환 가능한 우선주.■ 영구채권
만기 현금 상환 의무가 없는 후순위 채권.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
■ 코코본드특정 조건이 되면 주식으로 바뀌거나 상각되는 후순위 채권.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