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수학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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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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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천재 옆에서 좌절을 겪는 수학자들의 얘기는 더욱 흥미롭다. 유진 위그너는 소립자구조론으로 196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다. 그는 원래 수학을 좋아한 수학과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대학서 폰 노이만을 만난 뒤 그의 꿈은 바뀌었다. 그의 수학 실력도 탁월했지만 노이만에 비해선 아무것도 아니었다. 위그너는 결국 수학의 길을 포기하고 이론물리학자가 됐다. 노이만이 죽은 뒤 10년이 지나서도 자신의 실력과 기억력이 그만큼 되지 못한다고 말할 정도로 평생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1958년 필즈상을 수상한 르네 통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시 수학자 알렉상드르 그로텐디크로 인해 전공을 포기한 케이스다. 그로텐디크는 더 이상 수학에서 해결할 문제가 없다고 할 정도로 자신만만한 천재였다. 통은 그로텐디크의 탁월함에 비춰 자신은 내세울 것이 없다며 과학인식론과 철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누군가 계산을 하고 있을 때 다른 누군가는 꿈을 꾸고 새 영역을 개척하는 게 더욱 좋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노력형 천재도 있다. 1970년 필즈상 수상자인 일본의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그런 경우다. 그는 비명문대를 재수해 들어간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놀라운 수학 천재들을 볼 때마다 “난 바보니까 2~3배 더 노력해야겠다”며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난제들과 직접 부딪쳐 끈기로 해결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ICM)가 8월13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수학 천재 5000명이 참여하는 이 대회에서 필즈상 수상자도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애플이나 구글의 창조성 원천이 수학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는 시대다. 중고생들의 수학실력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흥미도는 꼴찌를 달리고 있는 게 한국이다. 지금 히로나카처럼 꾸준하고 끈기있게 끌고가는 힘이 필요한 건 비단 수학분야만이 아닐 것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