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엘림뉴스타, 지하 월세공장서 미싱 2대로 창업…매출 400억대 중견 의류업체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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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 혁신의 현장
ODM 분야의 강자
60여개 유명브랜드에 공급
국내 직원 30%가 디자이너
베트남에 500명 규모 공장
원자재 직거래 공급처 확보

1991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이 부근 눅눅한 지하 사글셋방에 회사 간판이 하나 걸렸다. ‘엘림(Elim)’. 구약성서에 나오는 지명으로 거친 광야 속 샘물과 시원한 그늘이 있는 곳이다. 오아시스인 셈이다.직원 4명에 미싱 2대가 전부인 영세 봉제공장이다. 창업자는 김기원 사장(당시 33세).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20세에 상경한 김 사장은 용인과 부평 등지의 의류공장에서 일하다가 창업했다.
창업자금은 500만원. 자신의 전세방을 빼서 사글세로 옮기고 마련한 것이다. 처음에 하던 사업은 의류 견본 제작이다. 의류업체에서 주문을 받아 샘플을 만들었다.
김 사장은 기획 디자인 재단 봉제 등 의류 제조에 관한 모든 공정에 대한 경험이 있었다. 비록 구멍가게에 불과한 봉제업체지만 그의 꿈은 원대했다. 자신이 전체 작업과정을 알고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그 길이 보였기 때문이다.그동안 상호를 케이엘림뉴스타로 바꾼 이 회사는 국내 굴지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의류업체로 성장했다. ODM은 ‘original development(혹은 design) manufacturing’의 약자로 하청업체가 제품 개발과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미싱은 350대에 이른다. 주력제품은 겨울용 방한복인 다운패딩(down padding), 여성 의류, 유니폼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다운패딩과 유니폼에 강점을 갖고 있다.

둘째, 뛰어난 디자인 능력이다. 이 회사는 ODM에 강점을 갖고 있다. 발주자가 시키는 대로 제작해주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달리 ODM은 자체적으로 기획을 해서 의류업체에 제안해야 하기 때문에 기획력과 디자인력이 뛰어나야 한다. 김 사장은 “우리의 강점은 창의적인 디자인 능력”이라며 “국내 직원의 30%가 넘는 16명이 디자인 및 연구인력”이라고 말했다. 디자이너는 대부분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이며 일부는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왔다.
셋째,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췄다. 이 회사는 2011년 베트남 공장을 세웠다. 대지 1만㎡, 건평 4000㎡ 규모로 약 500명이 일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5000명가량이 이 회사의 의류제작을 돕고 있다.
생산시설만 글로벌화한 게 아니다. 중국의 원단과 원모(다운 등) 공급처와 직거래하며 적기에 원자재를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틈나는 대로 파리 밀라노 등의 컬렉션을 비롯한 굴지의 의류 전시회를 다니며 새로운 동향을 파악하고 유행의 방향을 감지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요인이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다. 창업 초기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일 때도 그는 늘 ‘엘림’을 생각했다. 김 사장은 “메마른 광야에서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아도 언젠가 ‘엘림’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모든 어려움은 앞으로 거대한 사업을 일구기 위한 작은 고난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이런 마음가짐이 그를 ‘희망에 찬 기업인’으로 만들었다. 사업의 성장 발자취에 감사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나서고 있다. 굿피플 글로벌케어 등 이웃사랑 기관을 지원하고 있다.그의 꿈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ODM업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30여년 동안 이 분야에서 일해 보니 앞으로 10년 뒤 의류 분야가 어떻게 변해가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나씩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