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완화 기대감…'미분양 늪' 수도권 남부까지 청약 인파

비수기 잊은 분양 열기 - 분양시장 달구는 규제완화

천안·대구 등 지방은 수십대 1 경쟁률
"국회에 발목잡힌 법안 통과돼야 더 활기"
< 북적이는 모델하우스 >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시장 회복 기대감으로 여름 비수기 분양시장에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대림산업이 경기 광주시 역동에서 분양 중인 ‘e편한세상 광주역’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 대림산업 제공
비수기인 한여름 아파트 분양시장이 청약자들로 붐비고 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등 청약통장을 갖고 있어 이른바 ‘진성 고객’으로 꼽히는 1, 2순위 청약자들이다.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방침과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 철회 등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주택시장에 뛰어든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18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6~17일 청약 접수를 시작한 서울 강남과 경기 광주시, 충남 천안시, 대구 등 전국 네 곳의 아파트에는 전체 모집가구(1930가구)의 10배를 웃도는 2만4509명의 1, 2순위 청약자가 몰렸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12.69 대 1에 달한다.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내수 회복을 위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서 분양시장이 먼저 움직이는 모습”이라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 법안들까지 통과되면 기존 주택시장도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모처럼 웃은 수도권 분양시장

경기 광주시 역동에서 선보인 ‘e편한세상 광주역’은 지난 17일 1, 2순위 청약에서 967가구 모집(일반공급 기준)에 2386명이 몰려 2.4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했던 수도권 남부지역인 데다 전체 건립 가구 수가 2122가구에 달해 분양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건설업계 예상을 뒤집었다. 전체 2386명 청약자 중 63%에 달하는 1510명이 광주시가 아닌 수도권 청약자들이었다.

양병천 대림산업 분양소장은 “중소형 아파트 공급이 적었던 수도권 남부지역에서 오랜만에 나오는 새 아파트여서 청약자들이 몰린 것으로 분석됐다”며 “모델하우스 방문자 등을 감안할 때 다음주 분양할 나머지 물량 청약성적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 세곡2지구에서 분양한 ‘강남 더샵 포레스트’는 3.3㎡당 분양가가 1800만~2000만원에 달하는 대형(전용면적 114~244㎡) 아파트임에도 1, 2순위에서만 2442명이 접수해 6.97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층 펜트하우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주택형이 마감됐다.○경쟁률 치솟는 지방 분양시장

천안 대구 등 지방 분양시장은 실수요자에다 시세 차익을 기대한 투자자들까지 몰리면서 평균 청약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했다. 천안시 아산탕정지구 ‘천안 불당 호반베르디움 2차’는 483가구 공급에 1순위에서만 1만4231명이 몰려 29.4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6개 주택형이 모두 마감됐다. 최고 경쟁률은 64 대 1이었다. 같은 아산탕정지구 안에서 지난해 10월 분양한 ‘불당 지웰 푸르지오’(5.8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크게 웃돈다. 최근 분양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으로 꼽히는 대구 장기동의 ‘협성휴포레’도 5000여명에 달하는 청약자가 몰리며 청약 경쟁률이 41.2 대 1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 기대감과 높은 전세가율 등이 겹치면서 하반기에도 분양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청약 요건 완화와 청약가점제 개정도 호재로 꼽힌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와 같은 규제 완화 법안의 국회 처리 여부는 올 하반기 분양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