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없이 마케팅도 없다"…기업 홍보 대세로 떠오른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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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라면·과자에 이야기 입힌 글 올려 인기“함께 ‘500 얼음땡’을 빛낼 회사를 찾고 있사옵니다. 스폰서로 참여를 원하시는 기업은 메시지 또는 댓글을 달아주시옵소서.”(한국민속촌)
롯데닷컴 '박스녀' 마스코트로 친근하게 접근
한수원, 마스코트 공모엔 악성 글 쏟아지기도
“이런 놀이에 시원한 맥주가 빠져서야 쓰겠소~ 우리도 함께하고 싶소!”(하이트진로)지난 8일부터 이틀간 한국민속촌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각 기업 계정이 ‘총출동’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발단은 ‘~옵니다’ ‘~하소서’ 등 사극 말투로 인기를 얻고 있는 민속촌 페이스북 운영자 ‘속촌아씨’가 올린 글. 다음달 민속촌 주최로 열리는 행사 ‘500 얼음땡’ 협찬을 요청하자 순식간에 하이트진로 처음처럼(롯데주류) 도브(유니레버코리아) 광동제약 동아오츠카 등 각 기업·제품 공식 홍보 계정이 앞다퉈 댓글을 달았다.
“아씨~ 비타500과 뜀박질에 지친 백성들의 갈증을 구휼할 옥수수수염차로 잔치를 빛내볼까 하옵니다.”(광동제약) “신문물 가전제품 업체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니!”(하이얼코리아) 등 조선시대 말투를 흉내낸 각 기업 댓글에 누리꾼의 관심이 폭주했다. 지난 17일 1차로 판매한 200명분의 티켓은 15분 만에 모두 동이 났다.
◆페이스북 마케팅 시대페이스북 없이 홍보와 마케팅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국내외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콘텐츠에 공감하고 입소문을 낼 수 있어 효율적인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마케팅 수단으로 페이스북이 널리 쓰이면서 창의적인 홍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육개장 양파링 수미칩 등 자사 제품에 특색 있는 이야기를 입혀 ‘스토리텔링’에 나선 농심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모델 출신 방송인 파비앙이 소개하는 양파링 요리법, 감자칩 제품인 수미칩 담당자가 알려주는 ‘감자 껍질 쉽게 까는 방법’ 등의 콘텐츠를 통해 눈길을 사로잡는 식이다. 롯데닷컴은 상자를 뒤집어 쓴 엉뚱한 느낌의 ‘박스녀’를 마스코트로 내세워 친근함을 살렸다는 평가를 얻었다.
입소문에 효율적인 만큼 부정적인 반응도 빠르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을 통해 제네시스 4행시 공모전을 열었다가 망신을 당했다. 누리꾼 선정 최고의 4행시가 ‘제네시스에서 또 물이 새네요’로 시작하는 등 현대차의 결함을 조롱하는 4행시가 잇따라 등장한 것. 페이스북은 아니지만 한국수력원자력도 지난 6월 블로그를 통해 마스코트 이름을 공모했다가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담긴 ‘재앙이’ ‘시한폭탄’ 등의 애칭이 후보로 올라 진땀을 뺐다.◆팬 늘리기보다 콘텐츠 질 확보해야
효과적인 기업 페이스북 운영 비법은 뭘까. ‘100만 방문자와 소통하는 소셜마케팅’을 지은 송동현 스트래티지샐러드 부사장은 5가지 팁으로 △운영 목적을 확실히 할 것 △통합 마케팅에 신경쓸 것 △모바일 환경을 이해할 것 △재미와 감성을 담은 콘텐츠를 발굴할 것 △이용자와 공감할 것 등을 꼽았다. 송 부사장은 “무분별한 팬 확보와 콘텐츠 확산만을 위해 페이스북을 운영하면 특별한 경쟁력이 없는 또 하나의 마케팅·홍보 채널로 전락할 것”이라며 “캐릭터 등을 활용해 기업을 ‘인간화’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장사의 신’ 저자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장은 “변죽을 울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 등 SNS 운영을 제대로 못 하는 기업은 두 부류로, 재미없게 홍보만 하거나 상품·서비스와 관계없는 개그 게시물만 올리는 부류”라며 “상품 서비스와 연관이 있으면서도 정색하고 광고하는 느낌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페이스북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콘텐츠 경쟁력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 소장은 “10만명의 팬을 확보해도 도달률이 2%에 불과하다는 조사가 있다”며 “단순히 채널 유지에만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누구나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진보적 성향이 우세한 페이스북 특성상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공론화되기 쉽다”며 “페이스북 운영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평소 투명성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곧 SNS 리스크 대처법”이라고 덧붙였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