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대학총장 인터뷰⑥] "'엄총' 물러갑니다"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이 전하는 소통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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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는 인풋보다 아웃풋 좋고 여성리더 육성에 최적화된 대학"<대담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朴대통령 추구 여성리더십, 여성인재 등용 늘어나면 힘받을 것
“우리 학생들이 저를 ‘엄총’이라고 불러요. 엄마 총장의 약자랍니다. 고마운 일이에요. 취임하면서 열심히 소통하겠다고 했는데, 학생들에게 노력을 인정받아 기쁩니다.”이달 말 4년 임기를 마치는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62·사진). 22일 오후 총장실에서 만난 그는 대학생들이 즐겨 쓰는 줄임말을 스스럼없이 입에 올렸다. ‘열심히 소통했다’는 백 마디 말보다 피부에 와닿는 표현이었다.
김 총장은 줄곧 주목받는 삶을 살았다. 이화여대 법학과에 수석 합격해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독일 유학을 다녀온 뒤 법여성학 1호 교수로 임용됐고 여성 최초로 법제처장(장관급)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는 대학 총장직을 맡았다.
법학자로 살면서 중량감 있는 자리를 두루 거쳤지만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은 변하지 않았다. 총장 재임 기간 거둔 굵직한 대외 실적보다 학생들과의 소통 정도로 자신을 평가했다. 법제처장 시절 앞장선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에도 그의 성품이 그대로 묻어난다.매 학기 초마다 학생들과 만나 온 김 총장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의 아픔에 공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나 혼자만의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고 세상의 어려움을 나눠 가졌으면 한다” 며 “주어진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말기를. ‘시간차가 있을 뿐, 꿈은 꼭 이뤄진다’는 신념을 갖고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 강화도 강조했다. “여성 대통령 자체의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여성 인재 등용은 아직 부족한 감이 있다”고 평가한 김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단호함이나 원칙주의 등은 여성 리더십의 본질적 특성으로 꼽히는 요소다. 여성 인사들의 참여가 늘어나면 리더십이 좀 더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총장직을 내려놓은 뒤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고 오랫동안 미뤄 온 법여성학 교재도 집필할 계획. 안식년을 마친 내년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젠더법을 강의하는 김 총장을 만날 수 있다.- 다음 주 이임식을 갖는데 어떠신가요.
“한쪽 어깨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어요.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정리하느라 다른 한쪽 어깨는 아직 무겁습니다. 오늘 오전에도 신축 기숙사 기공식을 치렀습니다. 제가 단락을 잘 마무리해야 다음 분이 이어서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느라 7월 한 달이 무척 바빴습니다.”- 그간의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평가야 시간을 갖고 다른 분들이 해주셔야 할 몫이죠. 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감사 모드’에 젖어 있어요. (웃음) 취임할 때도 얘기했지만 이화가 그간 추구해 온 가치와 정신이 굉장히 소중합니다. 그 가치와 정신이 이화 캠퍼스에만 머물지 않고 한국사회, 나아가 세계로 확산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이화, 변화가 시작되는 곳(Ewha, where change begins)’이란 모토를 내세웠죠. 이화가 여대로서 많은 도전과 시도를 했고 128년 역사 동안 잘해 왔지만,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내용적으론 ‘글로벌 여성교육의 허브’를 비전으로 삼았어요. 6개 중점 분야, 60여 개 세부계획을 갖고 꾸준히 사업을 벌여 왔습니다.”
- 오늘 기숙사 신축도 그 일환인가요.
“맞습니다. 6개 중점분야 중 하나인 학부교육 혁신의 물질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기숙사 신축에 따라 레지덴셜 칼리지(기숙형 교육프로그램)를 본격 도입합니다. 신입생 전체 인원이 한 학기 동안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밀도 있는 전방위 교육을 받게 됩니다. 대학 4년간 공동체 의식을 갖고 체계적·실천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될 겁니다.”
- 공간 마련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서울시가 기숙사에 관한 한 녹지 관련 규정을 완화해 현재 기숙사 옆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배려를 감안해 빗물 재활용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옥상에 새로운 녹색사업 기법을 적용해 친환경 건물로 설계했습니다.
레지덴셜 칼리지에 대한 기대가 커요. 그동안 고교를 갓 마친 신입생들이 입학하면 방학 두 달을 끼고 ‘대학생 됐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는 거였잖아요. 이번 기숙사 건립을 계기로 학교가 보다 책임감을 갖고 학생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여 지도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완공되면 대학가의 명물이 될 것 같습니다.
“지역 학생들뿐 아니라 서울 학생들도 기숙사에 들어와 살 수 있으니까요. 기숙사 부지가 인근 아현동에 접하고 있어 지역 주민 문화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갤러리나 주민 교육공간 등 대학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기여하는 접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학생들이 저를 ‘엄총’이라고 불러줍니다. 엄마 총장의 약자라고 해요. 취임하면서 약속한 게 소통이었는데 정말 어렵더군요. 그런데 학생들이 저를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고마운 일입니다. 모든 조직이 그렇겠지만 이화가 잘 되려면 소통이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이화가 128년 역사 속에 갖고 있는 귀한 정신과 가치가 흔들림 없이 지켜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이화여대의 국제화 성과가 여럿 눈에 띕니다.
“이화는 원래 국제화 역량이 큰 대학입니다. 1971년 국내 대학 가운데 가장 먼저 서머스쿨(국제하계대학)을 시작했죠. 임기 동안 보다 질적 수준과 내용이 있는 교류로 발전시키는 데 힘썼습니다. 해외 명문을 선별해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 하버드나 예일, 코넬대와의 교류가 활성화 됐어요. 학생뿐 아니라 교수들도 활발히 오가며 성과가 하나 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ADeKo) 이사장도 맡고 계시잖아요.
“이화여대가 올해로 3년째 ‘한독포럼’을 주관하고 있어요. 양국 대학생이 만나는 주니어포럼도 신설해 함께 열고 있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매번 편지를 보낼 만큼 관심을 받는 행사죠. 정치권도 여야를 막론하고 ‘독일 배우기’ 바람이 불지 않습니까. 제 유학생활을 돌아보면 독일은 곳곳이 건강한 사회예요. 포럼은 이런 부분을 서로 배우고 교류하는 의미가 큰 행사입니다.”
- 글로벌 교육 허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군요.
“단순한 교류를 넘어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세계와 나누겠다는 취지예요. 제3세계 여성이 이화에서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EGPP(Ewha Global Partnership Program)’, 아시아·아프리카 등의 여성 지도자를 키우는 ‘EGEP(Ewha Global Empowerment Program)’,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개설한 ‘이화-코이카 국제학 석사과정’ 등이 있습니다.
때로는 이런 프로그램에 소요되는 재정을 우리 학생들에게 쓰면 좋지 않을까 고민도 들죠. (웃음) 하지만 한국이 받은 것을 다시 세상과 나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 확산을 통해 제3세계 여성 지도자들이 한국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있어요. 이화 정신의 확산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역량이 올라가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 대학 구조조정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 총장을 해보니 어떻던가요.
“총장을 맡은 4년이 대한민국 대학에게 굉장히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반값 등록금부터 시작해 모든 대학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있었어요. 물론 비난받을 만한 일을 한 대학도 있죠. 하지만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그런 대학에 대해선 철저히 관리하고, 대신 역량이 갖춰진 대학은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돕고 힘을 실어주는 운영의 묘가 아쉽습니다.”
- 그런 맥락에서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셨는데요.
“대학이 사회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최근엔 오히려 대학이 사회에 끌려가는 분위기예요.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인데 대학은 거기에 못 미치지 않습니까. 충분한 역량이 있는 대학엔 자율을 주고, 대학 역시 책임감을 갖고 세계에서 경쟁하면서 앞서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 말씀처럼 대학과 사회의 격차, 현장 요구와의 미스매칭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획일적 대학 정책이 불러온 문제점 아닐까 싶습니다. 200여 개 대학 중 한 곳이 잘못 하면 다 같이 비난받곤 하는데요. 전체 대학을 하나의 잣대로 재단해 가능성의 문을 닫아버린 면이 있습니다. 대학의 자율성이 중요하고 학교마다의 특성이 분명 있거든요. 이 특성이 살아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하고, 때로는 적극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 박근혜 정부 출범 후 1년 반쯤 지났는데 어떻게 평가합니까.
“여성 대통령의 탄생만으로도 상징적 의미가 크지요. 그러나 여성 대통령 시대에 생각보다 여성 인재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최근 통일 논의가 활발한데요, 저는 통일 문제는 특별히 여성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30명 중에 여성은 2명에 불과해요. 아쉬운 대목입니다.”
- 여성의 사회 진출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군요.
“박 대통령의 단호함, 원칙주의 등은 여성 리더십의 본질적 특성으로 꼽히는 것들이에요. 따라서 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 인사를 많이 참여시키면 리더십에도 힘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여성 참여가 저조하면 여성 대통령의 리더십이 힘을 받기도 어렵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여성 참여 40%가 목표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남녀 ‘성 격차 지수’는 지난해 기준 조사대상 136개국 중 111위에 그쳤습니다. 우리의 여성 교육 수준이나 능력에 비하면 굉장히 뒤쳐진 수치죠. 정부가 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고민 많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청년들을 보면 참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요. 가장 큰 관심사인 일자리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잖아요. 젊은이들이 너무 자신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일자리 해결의 문제만이 아닌 함께 겪는 시련,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과정의 어려움이라고 시야를 넓혀 생각하면 덜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 주어진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라 해도 절대 좌절하지 말고 늘 준비하면서 기회를 기다리는 자세도 필요하지요. 우리 젊은이들이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꿈은 꼭 이뤄진다’는 신념을 갖고 살아갔으면 합니다.”
- 법학을 전공했고 독일에서 유학했습니다. 특별한 관심이나 계기가 있었나요.
“독일에 유학 갔을 때 굉장히 편안했습니다. 전생이 있다면 여기서 살았나 싶을 정도로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중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이 제 별명을 ‘독일 탱크’라고 지어주셨거든요. 제가 튼튼해 보였나 봐요. (웃음)
법학은 대륙법과 영미법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는 대륙법이라 독일의 영향이 큽니다. 유학 시절이 만 7년이었는데 공부는 힘들었지만 돌아보면 참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무엇보다 독일은 굉장히 건강한 국가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 이사장을 맡고 있고, 학교에서도 한독포럼을 열고 있어서 젊은 시절 독일에 진 빚을 갚는 기분입니다. (웃음)”
- 법학에 여전히 매력을 느낍니까.
“저는 어린 시절부터 법은 정의롭다고 생각했어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정의롭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죠. 법학이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학문이라 생각하는 데는 변함없어요. 좋은 법을 만들고, 이를 집행하는 사람은 정의로워야 하며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 선진국 진입 기로에 서 있는 한국이 독일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할 점은.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이 주목받고 있지 않습니까.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면서 거기에 내재된 여러 문제점을 보완해 주는 가치가 평등과 정의거든요. 경제에서 평등과 정의가 강조되는 이 부분과 사회적으로는 공동체의식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보완되면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이네요.
“아무리 비싼 자동차를 운전해도 도로가 나쁘고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공공 부문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공공 부문이 강화돼야 다 같이 잘 살 수 있죠.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 기초 체력이 탄탄한 사회가 돼야 한다는 얘기로도 들립니다.
“우리나라처럼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해나가는 것도 필요하죠. 그렇지만 튼튼한 허리가 있는 경제, 강소기업이 많아져 중심축을 이루는 경제가 바람직합니다. 우리 학생들의 지나친 대기업 선호 현상이 좀 바뀌었으면 해요.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여건 차가 너무 커서 지금 학생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죠.”
- 만약 교수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법학 공부는 했을 테니 아마 사법시험을 쳐서 판사가 되지 않았을까요. 초등학교 때부터의 꿈이었으니까요. 우연찮은 계기로 대학원에 진학하고 유학을 다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당시 한국여성개발원)에 있다가 학교로 옮겼지만, 꼭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어떤 일을 했든 법이 좀 더 정의로워지는 데 기여하는 삶을 살았을 것 같습니다.”
- 법제처장을 지낼 때 본 관료 사회는 어땠습니까.
“1970년대였는데 더 좋은 나라가 되려면 그에 걸맞은 공무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우수한 인력이 공무원이 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싶어서 논문을 썼죠. 법제처가 공무원 전체를 보면 작은 조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공무원들, 굉장히 유능하고 많이 선진화 돼 있어요. 저는 지금도 공무원이 우수한 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 일각에선 관(官)피아 논란도 있지 않습니까.
“관료 조직이나 행정부가 사회를 컨트롤하는 게 아니라 잘 지원하는 역할을 해주자는 겁니다. 우수 인력이 대기업 등 사적 영역 못지않게 공공 영역에서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중앙은 많이 발전한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아직 역사가 일천해 개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어요. 지자체장이 선거로 선출됨에 따라 지방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같은 부분은 부족해 보입니다.”
- 총장님이 젊은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우리 학생들과 한 학기에 한 번씩 만나는 ‘이 시대 리더와의 만남’이란 수업이 있어요. 거기에서 읽은 책이 기억에 남습니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가 지은 ‘린 인(Lean In)’이란 책인데요. 끼어들어라, 뛰어들어라 정도의 뜻입니다. 남성 중심 사회의 편견을 깨고 여성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입니다.
세상을 공정하고 정의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여학생들뿐 아니라 남학생들도 같이 읽어봤으면 해서 추천합니다. 여성과 남성이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노력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 임기를 마친 뒤 스케줄은 어떻게 됩니까.
“우선 한 달 정도는 푹 쉬고 싶어요. 연구년 1년간 그간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강의 준비도 할 계획입니다. 집 근처 북한산도 자주 가면서 한동안 건강관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오래 전에 출판사와 책을 하나 쓰기로 계약했는데요. 명절 때마다 제게 김 선물을 보낸 것 외에는 출판사가 재촉한 적이 없어요. (웃음) 이번에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 책 내용이 궁금합니다.
“제 원래 전공은 행정법인데 법대 1호 법여성학 교수로 채용됐어요. 새로운 분야니까 강의도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했죠. 그 내용으로 교재를 내자면서 1998년쯤 계약을 맺었는데, 책을 쓸 만한 시기가 되면 제가 법제처장으로 갔다가 총장이 돼서 짬을 못 냈습니다. 이번에 정말 좋은 교재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기독교적 사랑과 정의, 평등·헌신·나눔·배려 같은 가치를 확산시키는 학교로 더욱 발전했으면 해요. 사실 제가 그리 신앙심 깊은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총장을 하면서 ‘이화의 역사엔 믿음이 함께 있다, 특별한 사명이 같이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학생들은 이런 사명감을 지닌 올곧은 인재로 자랐으면 하구요. 새로 취임하는 총장님께도 제게 보내줬던 지지와 사랑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 이화여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에게도 한 마디 해주세요.
“지금은 남녀공학에도 여학생 수가 많이 늘었죠. 예전에 비해 이대생이 ‘소수정예’란 의미는 희석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화여대는 여성이 갖고 있는 장점이나 특수성을 잘 키워주는 대학, 여성이 지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대학입니다. 인풋보다 아웃풋이 더 훌륭한 곳이에요. 고3 여자 수험생들이 그 점을 잘 알고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선욱 총장은…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콘스탄츠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성 최초로 법제처장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제14대 총장으로 학교를 이끌어 왔으며 이달 말 임기를 마친다. 이화여대 법학과와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며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장, 한국젠더법학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 이사장을 맡고 있다.
글=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 진연수 기자 jin90@hankyung.com / 그래픽= 장세희 기자 ss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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