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 경제정책] '지도에 없는 길' 선택한 최경환 경제팀
입력
수정
지면A3
자본축적 억제하고
고용유연성 옥죄면서
내수 활성화에 총력

○‘최경환식’ 세제 패키지기업소득환류세제는 12년 전 폐지된 기업 사내 유보금 과세(비상장사의 배당 회피를 막기 위한 과세)를 변형한 방식이다. 과세 기준을 기업에 쌓여있는 과도한 유보금이 아니라 기업이 향후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바꿨다. 현재까지 쌓아둔 유보금에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 세제는 구체적으로 기업(중소기업 제외)의 한 해 배당금과 임금 상승분, 투자금이 당기이익의 일정 비율(α%)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에 대해 법인세를 징수한다는 구조다. 정부의 과세 기준이 당기이익의 70%, 세율 15%로 결정됐다고 가정해보자. A기업이 2015년 당기이익 1000억원을 올렸다면 70%인 700억원이 가계소득 증대에 활용돼야 한다. 배당금으로 300억원, 임금 증가분 100억원, 투자금 200억원 등 총 600억원을 썼다면 미활용액 100억원에 세율 15%를 적용, 법인세 15억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셈이다.

가계소득확대세제의 경우 임금을 높여주는 기업에 3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당해연도 평균임금 상승률이 최근 3년간의 평균 임금상승률보다 높은 기업에 초과분의 10%(대기업은 5%)를 세액공제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평균 상승률을 넘어선 임금 상승분의 10%를 정부가 대주는 셈이다. 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시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임금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유례없는 정책에 재계 혼란
재계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아 세부안이 나올 때까지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국회에서 어떤 방향으로 수정될지 알 수 없다. 세법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령이 확정돼야 세부안이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산업별, 기업별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로 과세하면 부채가 많아 원금 상환도 쉽지 않은 기업은 어쩌라는 것이냐”며 “얼마(α%)를 과세기준으로 삼을지도 나오지 않아 계산기를 두들겨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자칫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임금을 올릴 수 있는 곳은 이익을 많이 내거나 현금자산이 많은 일부 대기업에 한정돼 있다”며 “대다수 중견·중소기업들은 이익 규모가 작아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임금을 올려줄 처지가 못 된다”고 전했다.
한 민간연구기관 연구원은 “현재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의 90%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데 대다수 중소기업은 정부가 일부를 지원해줘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여력이 없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기업들이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도 “사내유보금 과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조진형/이태명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