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플레이 울렁증? 최나연, 힘 한번 못쓰고 無名에 8홀차 대패
입력
수정
지면A31
인터내셔널크라운, 한국 아쉬운 공동 3위
박인비·유소연 맹활약 불구 국가대표 중압감에 발목
스페인, 결승 싱글매치 4명 모두 승리…초대 챔프로

○중압감에다 주도권 뺏기면서 무너져

최나연은 경기 후 “오늘은 분위기를 한 번도 주도해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상대 선수가 초반부터 흐름을 이끌었다. 원래 그 선수가 기복이 있는데, 흐름을 타기 시작하니까 막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최나연은 이어 “내가 못 친 부분도 없지않아 있겠지만 그 친구가 워낙 잘 쳤으니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최나연은 셋째날 일본과의 포볼 매치플레이에서도 앞서가다 상대 선수들이 10번홀에서 이글을 잡은 데 이어 12번홀에서 칩인 버디, 14번홀에서 벙커샷 버디를 낚으면서 패했다. 큰 실수가 없었지만 상대 선수에게 운이 따르면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매치플레이는 실력 이외의 변수가 강하게 작용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월드골프챔피언십시리즈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세 차례 하위권 선수에게 져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미국 PGA투어에서 뛰는 배상문도 매년 자신의 후원사가 열고 있는 먼싱웨이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 출전하고 있으나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회전 탈락했고 올해는 2회전에서 패했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 골프 위상 흔들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한국 여자 골프는 인터내셔널크라운에서 우승까지 노렸지만 최나연의 참패 등으로 8개 참가국 중 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체면을 구겼다. 한국은 싱글 매치플레이 4경기에서 2승2패를 기록, 승점 4를 보태 총 10점으로 일본과 공동 3위에 올랐다. 이날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4전 전승으로 8점을 쓸어담은 스페인이 총 15점으로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박인비는 카롤리네 헤드발(스웨덴)을 4홀 차로 제압했고 유소연은 요코미네 사쿠라(일본)에게 극적인 1홀 차 승리를 거뒀다. 세계랭킹 3위 박인비와 9위 유소연은 짝을 이룬 세 차례 포볼 매치에서 2승1패(승점 4점)를 거두고 싱글 매치에서도 나란히 승리하며 한국이 획득한 승점 10점 가운데 8점을 합작했다. 최나연-김인경조는 포볼에서만 1승2패로 승점 2점을 얻는 데 그쳤다. 김인경은 싱글 매치에서 포나농 파트룸(태국)에게 1홀 차로 졌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는 톱랭커들이 미국 진출을 꺼리면서 한국은 앞으로도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박인비는 “아무래도 KLPGA투어 상금 규모가 커지다보니 미국까지 오지 않는 선수가 많아지는 것 같다”며 “그렇지만 미 LPGA투어가 최고이고 세계적인 투어이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한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