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유보금 과세, 장기 성장 토대 희생시켜"

기업 경영행위 왜곡 우려
조세정책의 중요한 이론으로 활용되는 ‘래퍼 곡선’의 창시자 아서 래퍼 전 미국 시카고대 교수(래퍼연구소 소장·사진)는 한국 정부가 기업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린다는 방침에 대해 “단기 성과를 위해 장기적인 성장의 토대를 희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래퍼 전 교수는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정부의 갑작스러운 이익잉여금 과세 방침은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 판단을 저해하고 경영 행위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래퍼 전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이슈가 된 세금 회피 목적의 기업 인수합병(M&A)과 관련한 ‘경제적 애국심’ 논쟁에 대해선 “기업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행위를 비애국적이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미국의 50개 주(州)를 비교해 보면 주정부 세율이 낮은 곳으로 사람과 기업이 몰렸다”며 “세금정책이 경제 성장의 명암을 갈랐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11개 주와 가장 낮은 11개 주를 비교했더니 고용 증가율은 전자가 평균 1.9%, 후자가 평균 9.6%였고, 총생산 증가율도 전자는 48.2%인 데 비해 후자는 68.1%를 기록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