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록펠러의 '떼법'에 곤혹스런 LG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
지난 22일 미국 뉴저지주 잉글우드클리프스 시의회는 신축 건물의 고도를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기 위한 긴급모임을 가졌다. 이 조례는 뉴욕 맨해튼 왼쪽 허드슨강 건너편에 있는 팰리세이즈 공원 근처에 지상 8층 높이의 미주 본사를 지으려는 LG전자를 겨냥한 것이다. 높이 143피트(43m)로 설계된 건물이 들어서면 국립자연 보호지로 지정된 팰리세이즈 숲의 풍광을 해친다는 반대론자들의 압박이 시 의회를 움직였다.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한 반대 움직임의 ‘배후’에는 미국 최대 부호인 록펠러 가문이 있다. 과거 팰리세이즈 숲을 기증하면서 경관을 해치는 개발을 해서는 안된다는 단서를 달았다는 게 개입의 명분이다.록펠러재단은 유력 인사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지난달 찰스 슈머 뉴욕주 상원의원은 “한 기업이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상징적 경치를 오염시켜선 안된다”며 LG를 겨냥한 공개 입장을 내놨다. 에릭 슈나이더만 뉴욕주 검찰총장도 환경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건축승인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10년부터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온 LG는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당시 시 당국은 2~3층 높이로만 지을 수 있는 기존의 35피트 층고제한을 풀어 8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승인했다. 지난해 8월 뉴저지 법원도 환경단체가 시 당국을 상대로 낸 1심 소송에서 층고제한 완화가 합법적이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만 판결이 번복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문제는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정서법이 미국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LG 사옥 건립 반대를 주도하는 래리 록펠러는 록펠러 가문 출신 환경보호 전문 변호사로 미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3억달러를 들여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빌딩을 건립, 계열사를 포함해 3000여명의 직원들을 통합근무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LG의 설득 전략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과연 LG는 ‘미국식 떼법’을 넘어설 수 있을까. LG 관계자는 “허드슨 강변에서 400m 떨어진 신사옥이 숲의 조망권을 해친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지만 상대를 자극할까봐 적극적인 대응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