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이후] (1) 괴멸 위기 野 잠룡 - 21년만에 정계 떠나는 孫…박원순·안희정만 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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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이 바꾼 정치 지형7·30 재·보궐선거는 정치 지형 변화를 낳고 있다.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사진)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야당의 대선주자급 후보들이 출전해 고배를 마시면서 야권 대선 경쟁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 정치보다 경제 - 경제 아젠다 못내놔 '심판' 당한 새정치聯
(3) 깨지는 지역장벽 - 김부겸 '대구 선전' 이어 이정현 '호남 입성'
경기 수원병에 출마했던 손 고문은 31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손 고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저는 오늘 정치를 그만둔다”며 “이번 7·30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에서는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이라며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게 순리다. 책임 정치의 자세에서 그렇고, 민주당(새정치연합)과 한국 정치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차원에서 그렇다”고 강조했다.
손 고문은 여야를 두루 거치며 중도 개혁 성향의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1947년 경기 시흥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1973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손 고문은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민주자유당에 영입돼 경기 광명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국회의원과 장관, 광역단체장을 두루 지내면서 잠재적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손 고문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합류했지만 정동영 상임고문에게 경선에서 패했다. 그러나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 당 대표 선출, 2011년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승리로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해 말 친노무현계와 한국노총 등을 끌어들여 민주통합당을 출범시켰다. 2012년 18대 대선에 출마했으나 문재인 후보에게 져 본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좌절을 겪었다. 2013년 독일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그는 7·30 경기 수원병 보궐선거 출마로 정치적 재기를 노렸으나 정치 신인인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에게 발목이 잡히면서 끝내 정계 은퇴를 선택했다.손 고문과 김 전 지사의 선거 패배와 안철수 공동대표의 사퇴 등으로 새정치연합 대선 후보들은 줄줄이 큰 상처를 입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에서 살아남은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양한 주자들이 함께 경쟁과 협력을 펼쳐야 자연스럽게 판이 커지고 당의 외연도 넓어질 수 있을 텐데 이번 재·보선으로 입은 야권의 타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가 기존 정치 지형을 바꿔놨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정현 의원이 호남에 새누리당의 깃발을 꽂는 데 성공하면서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였던 지역주의도 점차 균열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득표율 40.4%)과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득표율 40.3%)에 출마해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새정치연합은 이번 재·보선에서 ‘세월호 심판론’ 이외에 뚜렷한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한 것도 패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심판론’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정치권의 이슈가 먹고사는 경제 문제로 전환될 조짐도 보인다.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