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생산공장 脫한국을 보겠다는 건지…

고임금·저생산성에 갇힌 한국 경제
갈수록 줄어드는 공장 가동 매력
자율·자발적 투자여건 만들어야

유지수 < 국민대 총장·경영학 jisoo@kookmin.ac.kr >
통상임금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일부 자동차 회사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하면서다. 이는 지난해 말 대법원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한 판결에 따른 것이다.

노조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 것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임금 잔치에 흥이 겨워 지붕 새는 줄 몰라서는 안 된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어느 외국계 자동차 회사는 이미 어떤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임금은 계속 오르기만 하고 생산성은 정체돼 있으니 공장폐쇄가 허무맹랑한 헛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토종기업은 정부 눈치도 봐야 하고 국민 정서도 고려해 국내에 생산기지를 어떻게 해서라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외국계는 이런 구속이 없다. 외국계는 세계 지도를 놓고 어느 공장에서 어떤 모델을 생산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가를 검토한 뒤 생산 물량의 해외 이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잔업수당을 포함한 각종 인건비가 크게 오른다. 경영진 입장에서 보면 생산현장에서 잘한 것도 없는데 인건비를 더 지급하는 꼴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면 영업이익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외국계 경영진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할지 걱정스럽다. 앞서 말했지만 외국계는 눈치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산기지의 탈(脫)한국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까 걱정이다.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소비, 투자, 고용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 선순환의 시동을 걸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은 불가능하다. 너무나 상식적인 말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이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은 결코 친기업적인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근자에는 기업이 온갖 사회문제의 근원인 것처럼 비판받고 있는 지경이다. 대기업은 더욱 그렇다. 친기업적 주장을 펴면 개념 없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대기업을 혹독하게 비판해야 양식 있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국민 정서는 그렇다쳐도 정부가 중심을 잡아줘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텐데 무엇인가 한참 잘못돼 가고 있다. 무대를 마련해줘야 춤을 출 텐데 무대 자체를 허물어뜨린 채 야유만 퍼부으니 기업이 움직일 리 없다.

고용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고용을 하면 사실상 해고할 수 없고 임금만 계속 상승하는데 누가 고용을 늘리겠는가. 2년제 계약직도 없앤다고 하는데 이는 기업의 고용을 더 위축시킬 것이다. 우리는 생산성 정체, 고임금, 경쟁력 하락, 고용 최소화라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지금같이 고용보장과 임금상승이라는 양날의 칼 앞에서 기업의 고용의지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경쟁력 향상은커녕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고용을 할 기업은 없다. 임금유연성만이라도 정부가 확보해줘야 한다. 독일이 노사 대타협을 통해 이룩한 것이나 미국 자동차업계가 현재 살아난 것도 고임금과 저생산성의 고리를 끊었기 때문이다. 이중임금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가 고용주에게 고용을 압박하고 임금을 더 주면 세금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노사가 임금에 관한 한 대타협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써야 한다. 사내유보금에 과세해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보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임금유연성, 고용증대, 소비 증가, 투자 활성화의 발동은 정부 의지에 달려 있다.

세계는 넓고 기업할 곳은 많다. 기업을 힘들게 하면 기업이 한국에 있을 이유가 없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곳에서 기업을 해야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같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기업의 대한민국 대탈출은 가속화될 것이다. 기업의 대한민국 대탈출, 생각만해도 모골이 송연한 우리의 미래인 것 같아 안타깝다.

유지수 < 국민대 총장·경영학 jisoo@kookmi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