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활성화 법안이라고 함부로 부르지 말라

청와대가 국회에 19개 경제활성화 법안을 우선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도 끝내 불발될 것이란 관측이다. 회기는 오는 19일까지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들이 대부분의 법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평가다. 야당에선 법안심사소위를 복수로 구성해 소위 위원장 자리를 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7·30 재·보선을 통해 정치권 개혁을 요구하는 민심이 확인됐건만,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관련 법안은 모두 70여개다. 청와대는 여기에서 19개 법안을 추려 국회에 요청했다.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하나같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보려는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들이다. 서비스산업 규제를 풀어 새로운 동력으로 키우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외국인 환자 유치를 지원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등의 반대는 한결같다. 서비스산업발전법과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 민영화를 위한 꼼수라고 공격하는 식이다. 국민들은 이미 싸구려 음모론에 진력이 나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2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고, 관광진흥법 자본시장법 등도 1년 넘게 묶여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도 책임이 있다. 당장 경제활성화 법안이니, 민생법안이니 하는 이름부터 잘못됐다. 경제와 관련만 되면 모두 경제살리기·민생살리기 법안이라고 불러왔던 탓이다. 70여개 경제법안 중에는 소위 경제민주화 법안, 경제 악법도 적지 않다. 정부가 제출한 경제 악법만도 9개나 된다. 보험사 보유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등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이나 정부는 원칙도 없고 기준도 없다. 결국 여당과 야당 간 흥정이 벌어지고, 그 통에 별별 경제 악법들이 뒤섞여 통과된다. 또 원안은 누더기로 변해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법안이 통과됐다 하면 더럭 겁부터 나는 지경이다. 경제활성화 법안이라고 함부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