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전쟁포로협회 38년만에 해산, "평균 연령 85세…이젠 활동할 여력 없어"

"北 생활 위로"…한때 1200명 회원
중공군 포로수용소에서 매일 진행된 공산미화교육에 저항해 8개월간 나무상자에 갇혔던 살바토로 콩테(85·오른쪽)가 한국전쟁포로협회 해단식에 참석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976년 미국 내 6·25 전쟁포로 출신들이 설립한 한국전쟁포로협회가 3일(현지시간) 공식 해산했다.

협회는 이날 켄터키주 루이빌의 한 호텔에서 전쟁포로 출신 95명과 가족을 포함해 모두 4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단식을 하고 38년간 활동해온 모임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윌리엄 노우드 회장은 “계속 모임을 하고 싶지만 회원 평균 연령이 85세에 달하는 등 대다수가 고령자여서 더 이상 활동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협회는 6·25전쟁 당시 2년6개월간 포로수용소 생활을 한 노우드 회장 주도로 설립됐다. 지옥과 같았던 북한 수용소 생활을 함께 이겨낸 동지를 서로 위로하는 동시에 귀환하지 못하고 숨진 동지들의 넋을 기리고 그 가족을 돕자는 취지였다. 협회는 한때 회원 수가 1200명에 달했다. 회원들은 주로 38선 부근 전투와 장진호 전투, 홍성 대학살, 평양 북쪽 운산전투에서 체포된 미군들이었다.

한 전쟁포로 출신은 “아무런 온기가 없는 조그마한 방 한 칸에 15명의 포로가 옆으로 누워 칼잠을 자야 했다”며 “포탄 파편이 등에 박혀 피를 흘리다가 추위로 얼어붙어 피조차 흘리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매일 네 시간씩 계속되는 공산주의 미화 교육에 반항했던 살바토로 콩테(85)는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가 앉을 수 있는 나무상자에 무려 8개월을 갇혀 있었다고 회고했다. 콩테의 아들은 부친이 갇혔던 실물크기 나무상자의 모형을 만들어 협회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협회 회원들은 내년부터 비공식적 후손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한국전쟁유업재단은 내년 6·25 발발 65주년을 맞아 여는 제3회 청년 봉사단 컨벤션에 전쟁포로 후손을 초청할 예정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