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상가 땅도 '불티'…LH직원이 놀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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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찾아 상업용 부동산에 몰리는 돈전국 신도시나 택지지구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분양하는 상가용지는 높은 가격을 써내는 건설사나 시행사에 돌아간다. 2000년대 중후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을 때는 수십 대 1의 경쟁률 속에 시세(감정가)보다 2~3배 높은 수준에서 낙찰되기도 했다. 최근 일부 지구에서 이런 일이 재연되고 있다. 높은 낙찰 가격에 LH 직원뿐만 아니라 현지 중개업소도 놀랄 정도다. 상가 전문가들은 “2009년 경기 판교신도시 상업용지 이후 사라졌던 초고가 낙찰이 5년여 만에 다시 나타났다”며 “땅 원가 상승으로 상가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예전 판교와 같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업용지 초고가 낙찰 속출
비싸게 땅 낙찰→분양가 껑충→미분양 사태
한때 텅텅 비었던 '판교 상가 악몽' 재연 우려도
○아파트 이어 상가용지 확보전 치열LH가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하는 중심상업용지 근린생활시설용지 준주거용지 등 상업용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찬밥 신세였다. 2012년까지는 위례신도시 등 수도권 인기 신도시 내 상업용지도 미분양 상태였다. 그러나 작년 상반기부터 세종시 혁신도시 등 지방을 중심으로 상업용지가 팔려나가기 시작하더니 올 들어 수도권 인기 신도시에서 공급되는 상업용지도 속속 주인을 찾고 있다.
일부 지구에선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 대구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감정가의 2~3배가 넘는 상가용지 낙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고가 낙찰 지역은 주로 인기 신도시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며 땅값이 급등한 제주, 평창동계올림픽 미디어촌 등이 들어서는 강릉, 주요 정부부처와 공기업이 옮겨간 세종시·지방혁신도시, 수도권 신도시인 위례 및 동탄2신도시 등이다.상가 용지가 잘 팔리는 것은 아파트 분양 시장이 호황을 보이기 때문이다. 상가는 통상 아파트보다 늦게 공급된다. 이용할 사람도 없는데 상가를 먼저 지을 시행사가 없는 까닭이다. 최근 아파트 분양이 잘 되자 시행사들이 상가 공급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높고, 부동산 규제 완화도 본격화되자 공격적으로 매입하는 시행사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기 목적으로 매입하는 사례도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한다. 실제 동탄2신도시 등에서 낙찰된 물건 중 일부는 당첨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인근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왔다.○고분양가 따른 상권 침체 우려도
상가 전문가들은 2000년대 중후반 수도권 신도시에서 나타났던 상가 거품이 일부 지역에서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당시 판교 광교 등 경기지역 신도시에선 ‘아파트 청약 과열→상업용지 고가낙찰→상가 분양시장 활황 및 고가분양→상권 형성 부진→임대료 및 수익률 급락’ 사이클이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감정가격 대비 200% 이상 고가 낙찰이 2009년 판교신도시 상가용지 분양 때와 비슷하다며 또다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병한 상가 114 대표는 “토지 가격이 올라가면 상가점포 분양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상가 분양가가 높은 곳에선 분양받을 게 아니라 거품이 걷힌 뒤 매입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도 “상가는 받을 수 있는 임대료 수준에 한계가 있어 인기 신도시라 해도 상가 분양 가격이 턱없이 높을 이유가 없다”며 “입점가능 업체가 지급할 수 있는 임차료 수준과 상가 수급여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