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업자들 싸움이나 붙이는 동반위 빵집규제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네빵집 거리제한이 갈수록 산으로 가고 있다. 막연히 ‘동네 빵집에서 도보 500ｍ 내에 대기업 빵집 입점 불가’란 원칙만 있고 구체적 기준도 일관성도 없다 보니 시장 혼란만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파리바게뜨 점포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뚜레쥬르가 입점해 있던 가게의 임대기간이 끝나고 그 자리에 SPC의 파리바게뜨가 들어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점포 재임대를 위한 경쟁입찰에서 탈락한 뚜레쥬르 측이 인근 300ｍ 거리에 소위 ‘동네빵집’이 있다며 파리바게뜨의 입점은 중기적합업종 규정의 거리제한을 어긴 것이라고 동반위에 신고했다. 동반위는 이 신청을 받아들여 시정 공문을 보냈고 SPC 측은 고민 끝에 빵집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점포를 열고 빵은 전체 매출의 50% 이하로 하겠다는 우스꽝스런 절충안을 냈다는 것이다. 동반위는 SPC의 이 제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미 같은 자리에 대기업 빵집이 있었는데 상호가 바뀌었다고 새삼 문제를 삼는 것도 우습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으로 음식점 간판을 달아 규제를 피해가는 변칙도 결코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 업자들의 구차한 싸움에 끼어들어 ‘완장’ 노릇을 자처하는 동반위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사실 헌법에 보장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동반성장, 골목상권 보호 등의 구호부터가 문제였던 일이다. 해서는 안 될 규제를 하다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골목길에 칸막이를 치고 성장사다리를 차버리는 적합업종 같은 규제는 결국엔 시장을 위축시키고 경제 전체의 파이만 줄일 뿐이다. 모두가 패자가 되는 이런 게임을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