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세법 개정안 법인세 늘고 배당세 줄고] 1500여社, 배당·투자·임금 안 늘리면 年2조 '세금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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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소득환류세 도입내년부터 우량 기업들이 짊어져야 하는 사내유보금 과세 부담이 연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나 인터넷·게임업체 등 1500여개 기업들은 지금보다 배당이나 투자, 임금을 더 늘리지 않으면 수천만~수백억원대의 법인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거꾸로 이들 기업이 세금 부담을 피하려면 20조원 정도를 투자, 배당, 임금 인상 등에 추가로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윤곽 드러낸 환류세
소득증대 기준에 미달하는 이익의 10% 징수
과세 대상 4000여社…금융사도 수백억 부담
정부는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중소기업 제외)이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에 한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내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세율은 10%로 확정했다.
이 세제는 기업이 향후 발생하는 이익 중 상당 부분을 가계소득 증대에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신설되는 일종의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다. 한 해 이익의 일정비율 이상을 임금 인상이나 배당, 투자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기준선에 미달하는 금액의 10%를 법인세로 추가 징수하는 방식이다.정부는 환류세 과세 방식을 이원화해 기업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한 해 배당금과 임금 상승분, 투자금이 한 해 이익의 일정 비율(α)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에 대해 법인세를 징수하는 방식(ⓐ안)만 공개됐다.
하지만 투자를 제외한 배당금과 임금 상승분이 한 해 이익의 일정 비율(β)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에 대해 환류세를 징수하는 방식(ⓑ안)을 추가했다. 금융업과 서비스업 등은 업종 특성상 투자금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다만 일단 하나의 과세 방식을 선택하면 최소 3년은 유지해야 한다.
환류세를 결정하는 이익의 일정 비율(기준율)은 확정되지 않았다. 세제실은 투자를 포함하는 ⓐ안의 경우 60~80%, 투자를 제외하는 ⓑ안의 경우는 20~40% 사이에서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익에서 차지하는 투자금 비중이 40%를 넘을 경우 전자가 유리하고, 반대는 후자가 유리하다.2017년부터 과세
정부가 정한 환류세 적용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은 약 4000개사다. 한국경제신문이 증권정보 전문기업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적용 대상 4000개사 중에 비교 가능한 2821개사의 지난해 별도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1225개사(43.4%)가 환류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821개사 중 2338개사(상장사 930개사, 비상장사 1408개사)가 흑자기업이었다. 투자를 포함하는 ⓐ안(α를 80%로 가정)이나 투자를 제외하는 ⓑ안(β를 40%로 가정)을 모두 적용해 비교할 때 흑자기업의 절반가량이 환류세에 노출된 셈이다.
이들의 환류세 부담은 총 1조6107억원으로 집계됐다. 1000여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류세를 내야 하는 기업은 1500개사 안팎, 부담금은 2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환류세 부담을 지지 않으려면 이들이 이익 중에 20조원을 배당이나 임금, 투자에 추가로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과세는 2017년 3월부터 시작된다. 유예기간 1년을 주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2015년 배당이나 임금 증가분 투자 등이 이익의 일정비율을 넘지 못해 환류세 부과 대상이 되더라도 2016년에 미달액을 초과하는 수준의 자금 집행이 이뤄지면 과세가 면제된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