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구난방 '인문정신문화'

이승우 문화스포츠부 기자 leeswoo@hankyung.com
“인문정신문화가 무엇입니까.”(기자)

“획일적으로 말할 수 없고 대답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유종호 문화융성위원회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장)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간 대화다. 6일 문화융성위원회의 대통령 보고에 앞서 위원회,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이 기자들에게 인문정신문화 진흥 계획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한 시간가량 이어진 브리핑에선 인문정신문화 진흥의 당위성과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와 문체부가 만든 7대 중점 과제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정책보다도 ‘인문정신문화’ 자체에 맞춰졌다. 추상적인 이 단어의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고서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획일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유 위원장 말처럼 인문정신문화에 대한 위원들의 설명도 달랐다. 유 위원장은 “인문정신문화는 사람에 대한 배려, 자신을 낮추는 덕성”이라고 말했다. 김혜숙 위원회 총괄 간사는 “자유로운 소통, 평등한 관계 등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저와 다른 위원들이 특별위원회에 오기 전부터 ‘인문정신문화’란 위원회 명칭은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개념이 모호하다 보니 7대 중점 과제도 일관성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독서 토론 강화부터 지역 전통 문화 함양까지 다방면에 걸쳐 있다. 그나마 상당수 정책은 이미 진행 중인 것이었다. 교육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나 문체부의 ‘길 위의 인문학’ 등은 이미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추상적인 인문정신을 쉽게 알릴 수 있도록 영화, 애니메이션 등 문화 콘텐츠와 결합한다”는 내용도 있다.

우리 사회의 인문학 경시 풍조는 심각한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나 윤 일병 사건 등 비극적인 사건이 인간성의 결여에서 나왔다는 인문정신문화 특위의 지적도 충분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인문정신문화’라는 모호한 단어 탓에 정책 방향도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승우 문화스포츠부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