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에스피아이피, 샤워 때 버리는 찬물 보일러로…"물 11% 절약"

이달의 으뜸중기제품
케이에스피아이피, 디지털 절수형 제어장치

설정한 온도에 도달하면 수도꼭지 자동으로 열려
15명이 2013년 매출 40억 "세계적 節水업체 꿈꿔"
이근기 케이에스피아이피 사장이 서울 마포구 연남동 케이에스피아이피 사무실에서 생활용수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배관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2007년 겨울 어느 날, 이근기 케이에스피아이피(KSPIP) 사장(67)은 욕실 샤워기에서 따뜻한 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중 ‘찬물을 아깝게 버리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물을 아끼면서 샤워를 바로 할 수 있는 수도 제품을 만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확신이 들었다. 곧바로 연구를 시작했고 ‘7월의 으뜸중기제품상’을 받은 ‘디지털 절수형 제어장치’ 시스템을 내놓았다. 제품 개발에 7년이 걸렸다.

○가정용수 11% 절약 효과욕실에서 온수를 쓰려면 배관에 남아 있는 냉수를 버려야 하는데 이 사장은 이 찬물을 돌려 다시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수도꼭지를 틀면 설정한 온도(일반적인 샤워 온도는 40도 내외)에 도달하지 않은 물은 보일러 쪽으로 순환시키는 제어장치를 개발했다. 물이 따뜻해지면 순환 펌프가 멈추고 수도꼭지가 열려 따뜻한 물이 나온다. 이 과정은 60초 정도 걸린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보일러 밑에 설치하는 ‘디지털 절수형 제어장치’의 절수 효과를 시험한 결과 9.2L의 물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이 사장은 말했다. 그는 “가정에서 쓰는 에너지의 14%가 급탕”이라며 “생활용수를 11%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효과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녹색기술 인증을 받았다.

○40여년간 수도꼭지 외길이 사장은 단국대 상경과를 졸업한 뒤 창업에 뛰어들었다. 1975년 ‘록키공업’이란 이름의 회사를 차렸다. 수도꼭지 완성업체에 임가공을 해 주던 부품회사였다. 하도급을 받아 단순 임가공 작업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수도꼭지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그의 머릿속엔 여러 아이디어가 넘실거렸다.

1999년 ‘자폐 샤워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수도꼭지 위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미리 설정된 시간만큼만 물이 나오다가 자동으로 멈추는 절수 샤워기다. 공중목욕탕 사우나 찜질방 등 거의 모든 공용 샤워시설에서 볼 수 있는 제품이다. 생산량의 60%가량을 사우나 등에 납품하면서 매년 2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1999년 회사 이름을 ‘기승금속’으로 바꾸고 중국 베이징에도 사무소를 냈다.

이후 수도 관련 설비를 잇달아 내놓았다. 외관이 깔끔한 매립형 박스 제품을 개발했고 대변기 버튼을 누르면 미리 정해 놓은 양의 물만 나오는 절수형 대변기 밸브도 선보였다.○“물 부족 국가 공략”

이 사장은 2012년 배관·자재 업체(피아이피)를 합병한 뒤 사명을 ‘케이에스피아이피’로 바꿨다. 수도꼭지에서 배관 시스템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직원이 15명인 케이에스피아이피는 지난해 매출 40억원을 기록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춘천 장학지구 560호 공공단지에 시공을 완료하는 등 건설현장 납품을 늘리고 있다. 2016년께에는 매출 1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 사장의 꿈은 ‘세계적인 절수제품 회사’가 되는 것이다. 40여년간 수도꼭지에만 매달려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동 등 ‘물 부족 국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달의 으뜸중기제품’은 이메일(art@hankyung.com)로 응모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event.hankyung.com)를 참조하세요.

○7월의 으뜸중기제품△파오드의 에코몽S (031)212-9073 △젬백스앤카엘의 화재대피용마스크 5aver (070)7500-6623 △케이에스피아이피의 디지털 절수형 제어장치 (02)332-7355 △디지캡의 콘텐츠보안 솔루션 (02)300-3112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