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핵 전문가의 폭탄 발언 "日 원전사고, 큰 사고 아니다"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
리처드 뮬러 지음 / 장종훈 옮김 / 살림 / 416쪽 / 1만5000원
사고 직후의 후쿠시마 원전 모습. 한경DB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생각보다 큰 사고가 아니었으며 그 때문에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크게 바뀔 필요는 없다.”

미국 UC버클리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리처드 뮬러의 주장이다. 중성미자의 연구 및 핵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그는 “후쿠시마의 공무원들은 주민에게 사고 지역으로부터 벗어나라고 신속히 지시했고, 그 지역에서 재배된 식품의 소비를 금지했다”며 “당시 사고에서 100렘 이상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은 없었다”고 설명한다. 100렘 이상이면 방사선 질환에 걸린다. 사고 이후 일본은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는 중인데 그로 인해 오히려 경제적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는 자연과학자가 바라본 에너지를 과학·경제적 관점에서 조명한 책이다. 책의 원제는 ‘신문기사 뒤에 숨겨진 과학적 사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너지에 관해 잘못된 지식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제 정세에서 에너지는 때때로 전쟁의 도구가 될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일부 사람들은 에너지 위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에너지 부족이 아니라 석유 부족을 겪고 있는 것이며 화석연료가 아니라 액체연료가 고갈돼 가고 있다. 미국에는 적어도 한 세기 동안 사용할 만큼 충분한 석탄을 매장하고 있고, 천연가스와 셰일오일도 막대하다. 태양과 풍력도 있다. 또한 수 세기 동안 원자력발전에 사용하는 우라늄은 고갈되지 않을 것이다.가장 중요한 미래의 에너지원은 셰일가스다. 저자는 “퇴적암의 일종인 셰일에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을 발견한 일은 일종의 혁명”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1966년 천연가스의 1.6%를 셰일에서 생산했다. 2011년에는 23%, 현재는 미국 전체 가스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저자는 “새로운 가스 매장량은 막대하며 에너지 전망뿐 아니라 세계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라며 “천연가스를 수입하려고 축조된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의 부두는 지금 수출용으로 변경 중”이라고 덧붙인다. 그는 셰일가스는 수년 혹은 수십년간 주요 대체연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그러나 충전용 하이브리드나 전기에만 의존하는 자동차들의 미래는 그렇지 않다. 배터리 교체 비용을 고려하면 일반 자동차보다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 다만 납축전지를 쓰고 단거리용 자동차라면 개발도상국에서 사용할 만하다.

일부 신재생에너지나 자동차 신기술은 천연가스, 원자력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저자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에너지 기술로는 태양광발전, 풍력, 원자력, 배터리, 바이오연료, 연료전지, 플라이 휠을 든다. 반대로 효용성이 낮은 에너지로는 수소경제, 전지 전용자동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옥수수 에탄올, 태양열, 지열, 파력 및 조력, 메탄 하이드레이트, 해조 바이오연료 등을 꼽는다. 그는 “에너지는 국가 안보, 국방, 경제, 모두의 심장이기 때문에 대통령이라면 에너지만큼은 반드시 알고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