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달려들던 SOC工事, 유찰 속출
입력
수정
지면A1
건설사, 저가발주·담합 '과징금 폭탄'에 기피부산교통공사가 작년 9월 처음 경쟁입찰에 부친 부산 지하철 사상~하단 간 1공구 건설공사는 올 상반기까지 세 차례 유찰됐다. 공사 발주금액 916억원(설계·시공 일괄입찰)이 기본공사비에도 못 미친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이 공사 입찰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부산교통공사는 발주 방식을 뒤늦게 수의계약으로 바꿨지만 지난달 이마저도 무산됐다.
부산 지하철 등 상반기 10여건 1조원 넘어

공항 지하철 등 국내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공사가 유찰 사태를 빚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찰된 300억원 이상 대형 공공(公共) 공사는 10여건이다. 발주금액으론 1조1000억원 규모다. 건설업계가 추산하는 올 상반기 전체 공공공사 발주금액 7조8000억원의 14%를 넘는다. 올해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도급순위) 1위에 오른 삼성물산은 상반기 공공공사 수주금액이 ‘제로(0)’다.
건설사들의 입찰 포기는 적자가 예상되는 저가 발주와 최저가 낙찰제 등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 주요 건설사에 잇달아 부과된 7000억여원의 ‘담합 과징금 폭탄’도 건설사들의 수주 기피 요인이다. 대형 건설사 수주담당 임원은 “예전엔 손익분기점만 맞출 수 있으면 인력과 장비를 돌리기 위해 수주전에 뛰어들었지만 최근엔 그 수준(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며 “남아도는 인력 처리가 문제”라고 털어놨다.공사 발주 물량도 감소세다. 박근혜 정부 들어 복지 예산 등을 늘리는 대신 SOC 예산을 줄이면서 2012년 11조원을 웃돌던 도로 등 공공 발주 물량은 올 상반기 7조8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유찰된 공사를 고려하면 실제 낙찰된 공사금액은 6조7000억원 수준이다. D건설 관계자는 “낙찰 금액이 기본공사비를 밑돌다 보니 공사현장에서 품질 안전 등의 문제를 호소한다”며 “국내 도로공사의 30%가량이 하도급업체 부실 등으로 차질을 빚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기반시설 완공이 늦어져 시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수/이현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