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식품 수입금지' 조치에 EU 120억유로 손실 볼 듯

서방-러시아, 맞경제제재
러, 車·항공도 제재 검토
러시아 정부가 7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연합(EU)산 농산물과 식품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서방이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경제 제재를 하자 이에 대한 보복을 결정한 것이다.

이번 금수 조치는 전날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 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과의 휴전 중단을 선언한 지 24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러시아 정부가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병력을 2배 이상 증강한 데 이어 경제적 맞대응을 본격화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EU, 미국,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등에서 생산된 식품 전반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하는 정부령에 서명했다. 이번 금수 조치는 1년간 적용될 예정이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나서면서 보복 조치 대상이 된 미국과 유럽 국가의 수출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수입국인 러시아도 공급 차질 등의 혼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EU가 입게 될 손실은 120억유로(약 16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도 전체 닭고기 수출의 8%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피해가 예상된다.

EU와 미국은 결국 러시아 국민만 더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즉각 비판했다. 비가우다스 우샤츠카스 모스크바 주재 EU 대사는 “이번 수입 금지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난다”며 “EU 전문가들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이날 금수 조치가 발표되자마자 4억2000만유로의 긴급 농업지원금을 풀기로 했다. 폴란드에서는 ‘하루 한 알 사과 먹기 운동’을 펼치는 등 자국 농가 돕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러시아 또한 이번 제재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등 부작용에 시달릴 전망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431억달러어치의 식품과 곡물을 수입했다. 이 중 369억달러어치는 옛 소련 이외 지역에서 수입한 것이다. 러시아는 특히 지난해 전체 식품 수입량의 42%인 119억유로어치를 EU로부터 수입했다. FT는 “러시아 농산물 중 식량 자급이 가능한 품목은 현재 해바라기씨 오일, 메밀, 밀, 호밀, 달걀 정도”라며 “가금류를 포함한 육류, 해산물, 유제품 모두 자립도가 떨어져 수요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씨티그룹은 이번 식품 수입 중단으로 러시아의 물가가 약 1.9%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중앙은행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