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조사 보조금 공개땐 해외판매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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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 도입오는 10월부터 보조금을 받아 휴대폰을 출고가보다 싸게 사는 소비자들은 삼성전자 등 제조회사가 지원하는 판매장려금과 SK텔레콤 등 통신사의 지원금을 분리해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휴대폰을 별도로 구입한 뒤 통신사의 지원금만큼 요금을 할인받는 ‘분리요금제’도 선택 가능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8일 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제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분리공시제는 10월부터 시행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고시에 명기된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통신사들은 홈페이지와 대리점 등에 보조금 액수를 공시해야 한다. 분리공시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제조사와 통신사가 지급하는 몫을 구분해서 표기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갤럭시S5에 보조금 30만원이 주어질 경우 ‘제조사 10만원, 통신사 20만원’ 등으로 따로 명기하는 식이다.그동안 미래창조과학부와 통신회사들은 분리공시제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단통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분리 요금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보조금의 별도 공시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미래부가 제안한 분리 요금제는 이용자가 보조금을 받아 휴대폰을 싸게 구입하든지, 아니면 보조금만큼의 혜택을 반영한 할인 요금제를 고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요금 할인혜택에 반영되는 통신사 몫의 보조금 규모가 따로 구분돼야 한다.
소비자들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게 통신사들의 주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휴대폰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단통법 시행으로 휴대폰의 실제 판매가격이 노출되면 제조사가 출고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등 제조사는 불만이다. 우선 해외 판매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 풀고 있는 장려금 규모가 행여 유출될 경우 버라이즌 등 외국 통신사와의 판매협상에서 불리해진다는 푸념이다. 국내에 지급한 만큼 해외에도 판매장려금을 얹으라고 할 경우 할 말이 없게 된다는 얘기다. 형평성도 떨어진다. 애플 등 해외 제조사는 이번 법안의 적용을 받지 않고 기존처럼 영업할 수 있다. 국내 판매에서도 피해를 볼 우려가 크다.소비자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는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려금이 투명해질 경우 과거처럼 화끈한 규모의 가격 할인은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예전보다 비싸게 휴대폰을 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행정 소송 등 ‘강수’도 검토대상에 올렸다.
방통위는 단통법 고시안에 분리 공시 내용을 반영한 뒤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 등을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 분리공시제통신사가 이용자에게 지급한 휴대폰 보조금을 공시할 때 보조금에 포함된 휴대폰 제조업체 장려금과 통신사 지원금을 구분해서 공시하는 제도. 예컨대 갤럭시S5 구매자에게 40만원의 보조금을 줬다면 ‘제조사 20만원, 통신사 20만원’이라고 명시하는 것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