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확신이 없다면 사지도 팔지도 마라

김학주 < 한가람투자자문 부사장 >
시장이 한 방향으로 꾸준히 움직일 때 펀드매니저는 편하다. 모멘텀(동력)이 좋은 주식으로 매수가 쏠리고, 그 추세를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 논리 없이 폭락한 주식들의 순환매가 이뤄질 때가 어려운 시간이다. 최근의 시장이 그랬다. 이런 비논리적인 국면은 한국에서 자주,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13년 홍콩에 있는 한국 투자 펀드 중 1등 수익률이 코스피 수익률에 못 미쳤다는 얘기가 있다. 한국은 초과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시장이란 의미일 수 있다.

비논리적인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주가가 오른 좋은 주식부터 차익실현하는 게 답이다. 낙폭이 컸던 나쁜 주식의 순환매가 이어지는 국면이 되면 과도하게 오른 좋은 주식에서 덜 오른 주식으로 자금이 옮겨간다. 그렇다면 낙폭이 컸던 나쁜 주식을 따라서 사야 할까. 그것은 무모해 보인다. 나쁜 주식이 얼마나 더 나빠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했어도 싸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럴 땐 불필요한 매매를 최소화하는 게 옳은 선택이다.2013년 로저 이보슨이란 사람이 비정상적(anomaly)인 수익률에 관한 연구로 상을 받은 적이 있다. 핵심은 ‘장기적으로 소형주가 대형주를 이긴다’(size) ‘싼 주식이 비싼 주식을 이긴다’(value), ‘모멘텀을 가진 주식이 계속 잘 나간다’(momentum)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네 번째로 ‘거래 회전이 적은 종목이 많은 종목을 이긴다’(liquidity)는 주장을 했다. 적은 유동성 덕에 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 분위기가 안 좋아 투매가 일어나면 거래량이 충분한 종목부터 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확신 없는 매매에 따른 거래비용과 매매차손이 줄어든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이점일 수 있다. 시류에 휩쓸리는 매매는 위험하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김학주 < 한가람투자자문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