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6%대 고수익 '코코본드' 이달 첫 발행, 만기 30년…은행 부실 땐 원금손실 가능성

JB금융지주가 이달 말 발행할 예정인 ‘코코본드(CoCo bond·조건부 자본증권)’에 채권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 6%대라는 고수익 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손실을 분담하는 구조인 데다, 만기 30년짜리 초장기 채권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코코본드는 작년 12월 도입된 바젤Ⅲ(은행권 재무건전성 강화 제도)에 따라 은행이나 금융지주회사가 발행하면 보완적 자기자본으로 인정해주는 채권이다. 채권 형태지만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거나 금융당국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예정된 사유(trigger event)’가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원리금이 보통주(자본)로 바뀌거나 한꺼번에 상각된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일반 채권(은행 후순위 채권)보다 높다는 의미다.JB금융지주 이달 말 국내 첫 발행

JB금융지주는 오는 22일 2000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코코본드(상각형)를 발행한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하는 수요예측은 이달 중순께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이 올 4월 해외 시장에서 달러화 표시 코코본드를 10억달러 규모로 발행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기관투자가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우선 주목하고 있다. JB금융지주가 이번에 발행하는 코코본드만 해도 연 6%대의 확정금리가 예상된다. JB금융지주가 지난해 11월 발행한 후순위채(7년 만기) 금리인 연 4.5%보다 1.5%포인트 이상 높다.JB금융지주가 코코본드 발행에 성공하면 다른 시중은행도 뒤따라 발행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황인덕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향후 10여년 동안 은행들이 총 40조원이 넘는 기발행 후순위채를 조건부 자본증권으로 대체하면서 자본 확충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각각 1조원과 7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 높지만 손실 위험도 있어

업계 일각에선 JB금융지주의 코코본드가 고금리 매력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는 새로운 상품인 만큼 투자 위험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아서다.연기금과 보험사 등 채권시장의 ‘큰손’들은 대부분 코코본드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다. 한 보험사 채권 운용역은 “기관투자가들이 아직 코코본드와 관련된 내부 투자 규정도 마련하지 못했다”며 “손실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 6%대 금리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JB금융지주가 발행하는 ‘상각형’ 코코본드는 특정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가 원금과 이자를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조건을 담고 있다. 특정한 사건이란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 명령’을 받거나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경우다. ‘경영개선 권고’나 ‘경영개선 요구’ 조치를 받으면 이자 지급이 중단된다. 채권 투자자도 은행 손실을 분담하게 함으로써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경우 그 규모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투자자로서는 일반 채권보다 큰 손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신용평가 회사들은 JB금융지주 코코본드의 신용등급을 기존 JB금융지주의 후순위채권(AA0)보다 두 단계 낮은 ‘A+’로 평가했다.반면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국가 경제에서 은행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은행이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기 전 정부의 규제나 지원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코코본드의 손실 발생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개인 투자는 제한할 수도”

증권사들은 코코본드를 사들인 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나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등의 형태로 유동화할 계획이다. 고금리 상품에 목마른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방식으로 증권사 입장에선 유동화 상품 판매를 통해 금리 차익과 수수료 수입을 얻을 수 있고, 개인투자자는 투자 위험을 줄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코코본드 투자가 어려울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개인들의 코코본드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JB금융지주와 발행 주관사 측에 최근 전달했다. 위험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유사시 ‘동양 사태’ 때와 같은 불완전 판매 논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들의 투자를 무조건 제한하겠다는 건 아니다”면서도 “증권사가 자신도 잘 모르는 상품을 유동화해 개인들에게 팔겠다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했다.

■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 조건부 자본증권. 은행의 자본 비율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거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원리금이 자동으로 주식으로 바뀌거나 상각되는 채권이다. JB금융지주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이달 22일 2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상각형)를 발행할 예정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