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미샤…상반기 63억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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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에 밀려 3위로중저가 화장품 시장을 이끌던 미샤의 ‘3300원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LG생활건강 계열의 더페이스샵과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가 1·2위 굳히기에 들어가면서 미샤를 포함한 중소업체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는 모습이다.
13일까지 주요 중저가 화장품 업체들이 내놓은 올 상반기 실적을 보면 ‘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 약진, 미샤·에뛰드 부진’으로 요약된다.더페이스샵은 올 상반기 매출 2816억원에 영업이익 420억원, 이니스프리는 매출 2218억원에 영업이익 441억원을 올렸다. 반면 미샤 운영업체 에이블씨엔씨는 매출이 20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지만, 영업손실 63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에뛰드는 매출 1540억원, 영업이익 4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각각 11.4%, 74.8% 줄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더페이스샵과 이니스프리는 모기업의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중하위권 업체가 대거 정리되고 두 업체의 양강 구도가 강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3300원짜리 스킨·로션 등으로 ‘저가 화장품’ 열풍을 일으켰던 미샤는 지난해 더페이스샵에 1위를 내준 데 이어 올 들어 이니스프리에도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최근에는 이랜드에 인수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미샤의 부진은 ‘반값 세일’로 대표되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란 분석이 많다. 반값 세일은 미샤가 처음 도입해 지금은 거의 모든 브랜드가 따라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세일이 손님을 끌어모으는 효과가 강했지만, 여러 매장에서 사실상 ‘연중 세일’이 벌어지는 요즘에는 그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박성우 미샤 홍보팀장은 “지난해 100여개 매장을 새로 내느라 투자비가 많이 들어갔다”며 “하반기에는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