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소비株 주역이라더니…밥솥株, 벌써 식나

쿠쿠전자 주가 제자리…PER, 가전株 2배 부담
리홈쿠첸, 경쟁사 상장 타격…6거래일 만에 27% 떨어져
중국 소비주 열풍의 주역이었던 전기밥솥주들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 6일 상장된 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26만9000원(지난 8일 장중 최고가)까지 몸값을 띄웠던 쿠쿠전자는 13일 20만7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5.05% 주가가 빠졌다. 상장 첫날 종가로 되돌아온 상태다.

밥솥주 열풍의 원조로 꼽히는 리홈쿠첸은 폭락 수준의 주가 조정을 거치고 있다. 쿠쿠전자 상장 전날인 5일 1만7400원에 달했던 주가가 이날 1만2700원까지 내려왔다. 6거래일 만에 주가가 27% 이상 떨어졌다.
○양은냄비가 된 밥솥주

전문가들은 전기밥솥주들의 밸류에이션(이익 대비 주가)이 지나치게 높았다고 보고 있다. 쿠쿠전자의 12개월 이익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8일 이후 주가조정에 불구하고 여전히 26배 수준이다. 전자제품 관련주들의 PER이 10배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라는 지적이다. 자산 대비 주가를 따져봐도 싸다고 말하기 힘들다. 쿠쿠전자의 PBR(주가순자산비율) 역시 3.87배로 코스피 종목 평균의 3~4배 수준이다.

증권가 목표주가를 단숨에 뛰어넘을 만큼 상승세가 가파르다 보니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6일 쿠쿠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837억원에 달하고 업계 1위 프리미엄도 누릴 것이라는 가정 아래 이 종목의 목표주가를 19만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상장 첫날인 6일(종가 20만7000원)에 이미 깨진 상태다.리홈쿠첸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가 급락했다. PER이 20배까지 치솟자 부담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주식을 던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이 종목의 PER은 주가 하락으로 12배 선까지 내려온 상태다. 경쟁자의 출현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업계 1위인 쿠쿠전자 상장으로 리홈쿠첸에 쏠려 있던 관심이 줄었다”고 말했다.

쿠쿠전자에 비해 중국 시장 기반이 약한 것도 리홈쿠첸의 약점으로 꼽힌다. 중국 최대 인터넷쇼핑몰인 타오바오몰에서 600위안(약 10만원) 이상 전기밥솥 판매순위를 살펴보면 상위 10개 제품 중 절반이 쿠쿠전자의 제품이다. 반면 리홈쿠첸은 10위 안에 포함된 제품이 없다. 쿠쿠전자가 지난해 판매한 중국형 전기밥솥 매출은 400억원 선으로 150억원 안팎인 리홈쿠첸의 두 배가 넘는다.

○같은 중국 소비주인데…전문가들은 중국 소비주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중국 소비주의 전망이 밝은 것은 분명하지만, 폭락할 수 있는 종목도 수두룩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2만8000원 선이었던 주가가 1만1850원(13일 기준)까지 조정받은 주방용품업체 락앤락이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양은냄비 종목’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반면 화장품주, 면세점주는 연초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브랜드, 공항 입점 등을 통해 진입장벽을 쌓았다는 게 이들 업종의 공통점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시황팀장은 “중국 소비의 주역은 20대, 그중에서도 여성”이라며 “화장품주, 면세점주의 주가가 꺾이지 않는 것도 이들의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확실한 소비주체가 있거나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내는 업종이 아니라면 주가의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다”며 “밥솥주만 보면 현지에서 ‘국민 밥솥’ 자리를 굳힌 쿠쿠전자가 더 안전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