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이 제품, 벌써?④]'국빈 선물'에서 '국민 선물' 되기까지…100년 역사 '정관장 홍삼'

수십년 동안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식품 회사들의 안정적인 캐쉬카우로 자리잡고 있는 '메가 브랜드'들이 적지 않다. 일상 속에서 친숙하게 접하지만, 세상에 첫선을 보인지 30년을 훌쩍 넘긴 제품들이다. 라면부터 과자, 우유 등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장수 브랜드들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홍삼은 국빈 방한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선물이다. 이번에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홍삼정과 홍삼차를 국빈 선물로 증정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중국 시진핑 주석 등 세계 정상들에게도 한국을 대표하는 선물로 주어졌다.국빈 선물로 제공하는 홍삼은 한 해 생산량 중 0.0001% 수준에 해당하는 최고급 제품인 '정관장 천삼'이다. 뿌리삼 자체를 선물하는 경우도 있고 홍삼이 익숙하지 않은 서양 문화권 정상들에게는 취향을 고려해 차나 티백 형태로 재가공해 선물했다.

시 주석에게 선물한 정관장 천삼(뿌리삼)의 경우 매장가격은 620만 원(10지 600g)의 최상품이다. 연간 생산량은 150캔 정도다. 당시 시 주석은 이미 천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전해졌다.

KGC인삼공사는 천삼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대중적으로 더 알려진 상품은 정관장 홍삼정 플러스이다. 지난해에만 100만 병 이상 팔렸다. 연 매출 규모는 3000억 원 수준이다.
홍삼정 플러스의 시작은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2년 6년근 홍삼만을 달여 제조된 '홍삼정'이 그 시초다. 1899년 조선 후기 왕실은 재정 강화를 목적으로 홍삼사업을 관장하는 내장원 삼정과를 설치했다. 이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인삼, 소금 등의 전매 사업을 관장해왔다.

<부여로 이전한 고려인삼창/출처-KGC인삼공사>
홍삼 전매법이 공표된 후 홍삼 제조는 주로 개성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홍삼제조시설인 고려인삼창이 충남 부여군으로 이전, 현대적인 시설을 갖춰 생산되기 시작했다.홍삼의 역사는 길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불과 20~30년 정도라고 KGC인삼공사 측은 설명했다.

1980~1990년대 만해도 홍삼 생산량의 대부분은 해외 시장 수출용으로 쓰였다. 이 무렵에는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오던 사람들은 면세점에서 홍삼정 제품을 사와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KGC인삼공사 측은 "초기에는 비싼 가격과 아픈 사람이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 노년층이나 환자와 같은 일부 계층에서만 소비됐다"면서 "2000년대 들어서 건강에 주목하는 '웰빙' 바람에 힘입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소비 시장이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홍삼 시장은 1조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KGC인삼공사는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7848억 원. 백화점 매장 등을 포함해 전국 매장은 1100여개 정도다.

정관장 브랜드가 시장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덕분이다. 손이 많이 가고 먹기 불편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고 제품을 다양화 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현재 홍삼 제품은 유리병 형태의 홍삼정 플러스를 비롯, 편의성을 높인 스틱 형태 제품인 '홍삼정 에브리타임', 1포씩 휴대하면서 마시면 되는 파우치 형태 제품 등 다양하다.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홍이장군', '아이패스' 등도 있다. 모두 같은 홍삼 제품이지만 소비자 기호에 맞춰 형태나 포장부터 가격대까지 세분화한 것.

지난 2009년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플루'는 정관정 홍삼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2009년 말 유행한 신종플루는 전세계적으로 1만8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에서도 140명이 신종플루로 목숨을 잃는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KGC인삼공사 측은 "당시 홍삼의 면역력 강화 효과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홍삼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이때부터 20~30대 젊은층에서도 홍삼을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 1위인 KGC인삼공사는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서구권에도 적극적인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정관장 제품은 전세계 60여 개국에 수출 중이다. 보다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세계 각국에 맞춤한 제품 생산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이슬람 시장에 맞춰서는 이슬람교도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할랄 인증'을 받았다. 할랄 인증은 해당 제품이 이슬람 율법이 정하는 방식으로 생산됐다는 증명이다.해외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우 지난해 수출액이 4394만 달러로 10년 전보다 3배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캐나다의 북미지역은 5배 가까이 늘어난 940만 달러를 기록했다. 신규 동남아 시장의 경우 지난해 554만 달러를 기록, 10년 새 수출액이 30배가량 증가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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