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인재 모셔와 조직에 다국적 DNA 심어라" 스타트업, 글로벌 성공 키워드는 '혼혈조직'

부족한 개발인력 보충…지역특화 전략 수립 도움
숙면 유도기기 '프라센', 직원 60%가 외국인
온라인 퀵서비스 '날도', 독일인이 직접 창업까지
수학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노리 직원들이 회의 중 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체 직원의 4분의 1이 외국인이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한국 스타트업(에스이웍스)의 기술력에 끌렸습니다. 해커들이 만든 보안 업체에서의 경험이 경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파란 눈에 갈색 머리. 호주에서 온 보우디 베이커는 모바일 보안 스타트업 ‘에스이웍스’에서 일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12년 첨단 기술로 널리 알려진 한국을 경험하고 싶어 무작정 서울로 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머물던 그는 지난 3월 참석한 스타트업 행사에서 에스이웍스를 알게 돼 개발자로 일하게 됐다.국내 스타트업들이 외국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역 특화를 위해 특정 국가 출신을 모집하거나,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구애 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스타트업이 외국 인재 영입에 나서는 이유는 조직에 글로벌 DNA를 심기 위해서다.

◆글로벌화 위해 외국 인재 영입

외국 인재 비율이 높은 스타트업으로는 프라센이 대표적이다. 프라센은 뇌파를 분석해 숙면을 유도하는 기기를 만드는 회사다. 전체 직원 10명 중 6명이 외국인이다. 베트남인 3명에 러시아·영국·미국인이 한 명씩 있다. 우효준 프라센 대표는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부터 글로벌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여러 국적의 다양한 시각이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수학 교육 소프트웨어 업체 ‘노리’도 혼혈 스타트업이다. 전체 46명 직원 중 13명이 외국인이다. 다른 기업들이 주로 외국인 개발자를 채용했다면 노리는 콘텐츠 생산을 위해 외국 인재를 영입한 경우다.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미국 교육과정을 잘 아는 현지 교사들이 필요했다.

전문 개발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을 수혈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용 클라우드 솔루션 개발 업체 ‘ASD테크놀로지’는 아예 러시아에 개발센터를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클라우드 기술자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러시아에는 값싸고 질 좋은 개발 인력이 풍부하다. 이 회사 직원 38명 중 31명이 러시아인인 이유다.

◆한국에서 창업하는 외국인들아예 외국인이 한국에서 창업하는 경우도 있다. 페이스북 기반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업체 ‘친친’의 설립자는 한국계 미국인 빅터 칭이다. 독일계 배달앱 업체 ‘요기요’에서 일하다 재미로 만든 소개팅 앱의 반응이 좋자 아예 사업화에 나섰다. 칭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이해하고 있는 점을 이용하면 사업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해서다.

온라인 기반의 퀵서비스 ‘날도’를 창업한 독일인 루돌프 에브너는 앞선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강점으로 꼽았다. 에브너는 “독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40% 초반인 데 비해 한국의 보급률은 73%를 넘는다”며 “IT 사업가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교포 출신 창업가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개발자들의 모임도 생겼다. ‘모바일 업계의 교포들’이라는 뜻의 ‘킴(Kyopos in Mobile)’은 100명에 달하는 외국인 개발자들이 회원이다. 강남역 근처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친목을 도모한다.◆언어와 문화적 차이는 걸림돌

언어와 문화의 차이는 스타트업 혼혈화의 대표적 벽으로 꼽힌다. 에스이웍스의 베이커는 “큰 문제는 아니지만 가끔 언어 문제로 오해가 생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최장욱 키즈노트 대표는 “힌두교도 인도인 개발자가 있어 회식으로 소고기 굽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