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 양분한 쿠쿠 vs 리홈쿠첸…2세들의 다른 '경영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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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신사업' 구본학 사장, IPO 거치며 쿠쿠 지배권 강화국내 전기밥솥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이 비슷한 시기에 본격적인 ‘2세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이들은 공격적으로 사세확장에 나서고 있는 점은 비슷하지만 신사업 및 해외시장 공략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수기 등 신규사업 적극적…中에 자체 판매망 확대 나서
'연관사업 강화' 이대희 사장, 리홈쿠첸 단독대표 체제로
밥솥 응용한 전기레인지 히트…中 현지 유통망 적극 활용
◆2세들 경영전면 나서쿠쿠전자는 지난 6일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창업주 구자신 회장의 장남인 구본학 사장의 지배권을 강화했다. 구 회장의 차남 구본진 씨는 IPO 때 보유주식 절반가량을 매각했다. 본진씨의 지분율이 14.36%로 낮아지면서 형인 구 사장이 최대주주(지분율 33.1%)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또 구 사장의 숙부 구자혁 씨가 맡아온 감사를 외부 인사로 구성하는 감사위원회로 대체해 가족 중심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했다.
리홈쿠첸도 창업주인 부친 이동건 회장의 장남이자 최대주주(지분율 18.32%)인 이대희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2012년 8월 회사를 떠나 해외에 머물러온 이 사장은 지난 3월 회사에 복귀해 경영 현안을 챙겨왔다. 6년 가까이 대표이사를 맡아온 강태융 부사장이 최근 물러나면서 이 사장의 역할이 커졌다. 리홈쿠첸은 이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맡아온 이평희 대표가 이날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다고 공시했다. 이렇게 되면 최대주주인 이 사장은 경영 전반에 걸쳐 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서로 다른 사업다각화 전략구 사장(1969년생)과 이 사장(1971년생)은 둘 다 2세 경영인인 데다 미국 유학 경험이 있다. 하지만 경영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구 사장은 신규사업 발굴에 적극적이다. 2009년 정수기 렌털 사업에 뛰어들어 지난해 787억원까지 추가 매출을 올렸다. 쿠쿠전자의 렌털 계약은 작년 말 기준 53만여건으로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에 이어 렌털 업계 3위권을 형성 중이다. 매물로 나온 동양매직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리홈쿠첸은 모태인 전자부품(수정디바이스 제조), 회사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유통(안양 이마트) 등 밥솥 이외 사업 비중이 높아 신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에 무게를 두고 경영하고 있다.
이 사장은 작년 9월 처음 내놓은 ‘IH(induction heater) 레인지’ 판매에 기대를 걸고 있다. IH 레인지는 레인지 표면이 뜨거워지지 않고 레인지와 접촉한 냄비 등 조리기구만 뜨겁게 달구는 전기레인지의 한 형태다. 리홈쿠첸은 기존 IH 밥솥 기술을 응용해 IH 레인지를 개발했다. 100만원이 넘는 고가품이지만 출시 1년 만에 1만7000여대가 팔렸다.◆해외시장 공략법도 달라
매출 비중이 각각 10% 안팎인 해외 사업을 키워야 하는 건 두 사람이 공히 안고 있는 과제다. 특히 ‘제2의 내수시장’인 중국을 어떻게 공략할지가 관건이다.
이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리홈쿠첸은 올 들어 현지 판매망을 활용해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와 온라인 총판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국영면세점 CDFG 입점, 중국 3대 홈쇼핑 UGO 판매, 현지 가전제품 전문매장 베스트바이 입점, 중국 온라인 판매사이트 톈마오(天猫), 징둥(京東) 입점 등의 성과를 냈다.리홈쿠첸은 중국 이외 러시아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2년부터 밥솥을 약간 변경해 죽이나 찜 등의 요리가 가능한 ‘스마트쿠커’란 제품으로 현지 가전업체 ‘올슨’, ‘보르크’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납품 중이다.
쿠쿠전자는 직접 현지 판매망을 구축하는 전략을 고집하고 있다. 2003년 중국에 생산법인을 설립했고 지난해 중국 현지에서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구 회장은 현재 10개인 중국 내 쿠쿠전자 브랜드숍을 2016년까지 20개로 늘리기로 했다. 자체 브랜드로 시장을 개척해 높은 이익을 거두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또 중국인에게 친숙한 배우를 광고모델로 쓰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