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현대차 노조, 고용의 질 높이고 협력업체와 일자리 나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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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만 임금인상 말고 원·하청 간 격차 줄여야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은 18일 현대자동차 노사를 향해 “원청·하도급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젊은 층에 일자리를 나눠줄 수 있는 ‘미래지향적 고용생태계’를 구축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의 자기중심적 노조활동과 호봉제 중심의 연공서열 임금체계로 간접고용이 늘어나고 원청업체와 1~3차 하도급 업체 간 근로조건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현대차 노사가 한국의 고용생태계를 새롭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과거와 다른 생각으로 교섭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이 장관은 현대차 노조에 대해 “현대차 1·2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36만~40만명에 달하는 등 후방 효과가 어마어마하다”며 “현대차 노조가 자신들만을 위한 임금 인상이 아니라 협력업체 근로자들과 함께 나눠 원청·하도급 근로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고용의 질을 높일 방안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사측에도 “잦은 노사분규로 국내 공장의 생산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기보다 국내에도 공장을 증설해 더 많은 젊은이들을 채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현대차 노사의 사회적 책임도 촉구했다. 그는 “현대차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른다”며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만큼 새로운 고용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 노사가 지금까지 정규직 호봉제 중심으로 임금을 올리고 하도급 등 간접고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편하게 왔다”며 “노사가 어렵더라도 머리를 맞대 직접고용을 늘리고 새로운 임금체계를 만들어내는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원청·하도급 간 긴밀한 협의를 해서 임금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듯 국내도 원청업체의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기업의 성과가 3~4차 협력업체까지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임금 근로자의 7%를 차지하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100이라고 하면 23%에 달하는 3~4차 협력업체의 근로조건은 40 수준”이라며 “이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임금체계와 관련해 이 장관은 “정년 연장을 보장한 만큼 지나친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와 낮은 기본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치고 (협력업체와) 격차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사측에 대해서도 “현대차의 해외생산 비중이 2004년 20%에서 현재 62%로 높아졌다”며 “국내 공장을 증설하고 젊은이들이 현대차에 입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국민의 기대”라고 말했다.
세종=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