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세월호특별법 타결없인 다른법안 처리 안해"…또 '패키지 딜'에 발목잡힌 국회

여야 대립…단원고 학생 대입 특례입학 '스톱'
19개 경제법안·김영란법·유병언법도 제자리
< 김대중 서거 5주기 추도식…싸늘한 여야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원내대표 겸임) 이 18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간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다른 법안들의 국회 처리까지 밀리는 것을 두고 ‘패키지 딜(일괄 타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패키지 딜이란 보통 야당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법안 처리에 협조하는 대가로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는 것을 말한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18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 타결 없이는 안산 단원고 학생의 대입 특례입학에 관한 법안과 국정감사 분리 실시를 위한 법안 처리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도 세월호 특별법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9일 다시 협상할 예정이다.2015학년도 대입 수시전형 일정을 감안할 때 세월호 참사를 당한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특례입학을 하기 위해서는 이날까지 특례입학 관련법이 통과돼야 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세월호 특별법과 별개로 특례입학 관련법과 국감법 두 개만이라도 우선 처리하자는 입장이었다. 야당이 패키지 딜을 내세우는 바람에 단원고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의 패키지 딜 요구로 통과되지 않고 있는 법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번 처리를 요청한 19개 경제활성화 법안과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유병언법(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법 개정안) 등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김영란법, 유병언법 등은 세월호 사태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들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19대 국회 들어 ‘패키지 딜 전략’이 너무 남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경제 관련 법안들이 시장에 효과를 미치려면 정부 정책 발표 후 최대한 빨리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패키지 딜에 묶여 뒤늦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지난해 4월 정부가 내놓은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안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한 주택법 개정안은 여야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등으로 정쟁을 벌이며 8개월이 지난 12월이 돼서야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야당이 요구한 국정원 개혁안과 패키지 딜로 처리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은 아예 해를 넘겨 올 1월 통과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양도세 중과 폐지로 부동산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는데 국회에서 법안을 빨리 처리했으면 효과가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국회 리스크’가 반복된다면 시장 회복이 아니라 오히려 불씨를 꺼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이현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