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화해 메시지 남기고 출국…"죄 지은 형제들 남김없이 용서하라"…마지막까지 뜨거운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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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서 '평화·화해 미사'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용서는 화해에 이르게 하는 문”이라며 “죄 지은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 없이 용서하라”고 말했다. 서울 명동성당에서 마지막 공식행사로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강론을 통해서다. 교황은 미사에 앞서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서정기 성균관장 등 다른 종교 지도자 11명과 인사를 나누고 “삶은 혼자서 갈 수 없는 길”이라며 “우리는 형제들이니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걸어가자”고 말했다. 미사를 마친 교황은 4박5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12시50분 서울공항에서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출국했다.
"삶은 혼자서 갈 수 없는 길…함께 걸어가자"
장애인 등 약자 초청…'우리의 소원' 합창도
◆“용서는 화해에 이르게 하는 문”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의 핵심은 ‘회심’과 ‘용서’였다. 대립하는 당사자들이 대화하고 화해하려면 먼저 스스로 잘못이 없는지 돌아보고, 상대방의 잘못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은 화해, 일치, 평화를 위해서는 회심이 필요하다며 “회심이란 삶과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마음의 새로운 변화”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었다. “지난 60년 이상 분열과 갈등을 겪으면서 정의롭고, 인간다운 사회를 이루는 데 얼마나 질적으로 기여했는가. 불운한 이들, 소외된 이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 많은 사람이 누리는 번영에서 배제된 이들을 위해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는가.”
교황은 또 “잘못한 사람을 용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해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까지 용서해야 합니까’라고 베드로가 묻자 예수가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한 성경 구절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용서야말로 화해에 이르게 하는 문이다. 형제들을 남김 없이 용서하라.” 이런 회심과 용서의 바탕 위에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 듯 생겨나기를” 교황은 기원했다.◆사회적 약자와 함께한 마지막 미사
이날 미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7명을 비롯해 새터민, 실향민, 이북 출신 사제와 수녀, 납북자 가족, 학생, 장애인, 다문화 가정 대표, 환경미화원과 일선 경찰 등 평화와 화해, 위로가 필요한 사람 1000여명이 초대됐다. 전국 성당의 종사자 700여명도 모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미사에 직접 참석했다.
성당에 들어선 교황은 미사를 시작하기 전 맨 앞줄에 휠체어를 탄 채 앉아 있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위로했다. 이들 중 김복동 씨(89)가 나비 모양의 뱃지를 선물하자 교황은 그 자리에서 이를 제의에 달았다. 이어 교황은 바로 뒷줄에 앉은 강정마을 주민, 장애인 등과도 인사한 뒤 제단에 올랐다. 미사에선 전 세계 및 분쟁지역의 평화와 분단으로 인해 아픔을 겪는 이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기도를 드렸고, 영성체 순서에서는 ‘우리의 소원’을 합창했다.미사를 마친 교황은 퇴장하면서 박 대통령이 앉은 자리로 찾아가 환대에 감사하며 기념메달과 묵주를 직접 선물로 건넸다. 이에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주신 데 감사드린다”며 “로마에서 뵙기를 고대한다”고 화답했다.
교황은 이탈리아 로마로 가는 대한항공 전세기 안에서 박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다시 한번 기도드리며 여러분 모두에게 신의 축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