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훌리건' 때문에…한양대-중앙대, 결국 법정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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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양대 비방 김모씨에 300만원 벌금형경쟁 관계에 있는 학교를 인터넷에서 비방하는 ‘대학 훌리건’에서 촉발된 한양대와 중앙대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인터넷에서 벌어진 논란이 양교 학생들에 대한 두 대학 당국의 맞고소전으로 비화해 한 학생이 벌금형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고소를 당한 학생의 학부모가 학교에 사과전화를 걸어 선처를 호소하는 등 학생과 학부모의 물질적·정신적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대도 맞고소 대응…대학가 자성목소리도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중앙대생 김모씨(25)는 지난 7월 초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위반(명예훼손 등) 및 모욕 등의 혐의로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김씨를 고소한 주체는 한양대 학교법인이다. 한양대는 지난해 12월 “김씨가 중앙대를 ‘중아더(맥아더 장군+중앙대)’, 한양대를 ‘한망히토(히로히토 일왕+한양대)’라고 부르며 학교 로고를 합성한 사진을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 올리는 등 2012년부터 1000여 차례에 걸쳐 한양대를 비방해 학교의 명예가 크게 손상됐다”며 고소했다. 김씨는 법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 절차를 밟고 있다.당초 이 사건은 원만히 해결될 수 있었다. 김씨가 한양대로부터 고소당한 사실을 파악한 중앙대가 “상호 비방한 글들이 많으니 이쯤에서 그만하자”며 한양대에 고소 취하를 요청했다. 하지만 한양대가 “우리 학생들은 중앙대를 비방한 적이 없다”고 맞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5월엔 이용구 중앙대 총장이 직접 임덕호 한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중앙대가 6월 초 한양대생이 다수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IP(인터넷주소) 13개를 맞대응 차원에서 고소하면서 ‘대학 훌리건’ 사건은 양교 간 법적다툼으로 비화됐다. 중앙대는 이후 5개의 IP를 추가해 수사대상 IP는 18개로 늘어났다. 중앙대가 고소한 IP에 대한 수사는 서울 동작경찰서가 맡고 있다.
인터넷 비방글이 학교 간 자존심을 건 법적다툼으로 확대되자 해당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7월 말엔 자신을 한양대 A군의 어머니라고 밝힌 학부모가 중앙대 본부로 전화를 걸어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아들이 며칠째 잠도 못 자며 시름시름 앓아 물어보니 자신이 비방글을 작성했다고 고백했다”며 “아들을 잘못 키워 죄송하다”고 말했다.한양대 관계자는 “중앙대가 우리 학생으로 추정되는 IP를 고소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대학 차원에서 대응할 일은 아니다”며 “어디까지나 학생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교 간 맞고소전에 대해 대학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학생은 “인터넷의 익명성 뒤에 숨어 다른 학교를 비방하는 학생들도 문제지만, 대학들이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맞소송전을 벌이는 것도 볼썽사나운 모습”이라며 원만한 수습을 기대했다.
오형주/윤희은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