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파고드는 중국 자본] 美부동산·제조업 쓸어담는 중국…2013년 8만명 현지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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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부동산 투자 220억弗…72% 늘어
기업들 2014년 21억달러 투자…생산기지 건설
"중국이 생산하고 미국이 산다" 이젠 옛말

미국 경제에서 ‘차이나 머니’의 위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내수의 한 축을 담당하는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제조업분야에서도 중국기업들의 직접투자가 급증하면서 ‘메이드 인 유에스, 바이 차이나(made in US, by China·미국에서 생산하는 중국제품)’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美 부동산 경기 떠받치는 중국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가 늘면서 미국 부동산정보제공 사이트인 질로닷컴은 최근 100% 중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생산, 미국 소비는 옛말
중국 유리제조업체인 후아요는 오하이오주 모레인에서 자동차용 유리를 생산 중이며, 중국 키어그룹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랭거스터에 2억1800만달러를 투자, 산업용 섬유공장을 건설했다.컨설팅업체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억달러에도 못미쳤던 중국 기업들의 대미(對美) 제조업 투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21억달러를 기록했다. 협의 중인 투자규모만 100억달러에 달한다. 미 상무부 국제무역청(ITA) 자료를 보면 2008년 이후 5년간 중국기업의 대미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70.8%로 룩셈부르크의 76.5%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만든 정규직 일자리 수만 8만개다. 2010년 2만개에서 불과 3년 만에 4배 증가했다.
AP통신은 그동안 외국기업에 눈길을 주지 않던 미국 지방정부들이 중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 면제와 공장부지 제공 등의 유인책을 내걸고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생산비 격차 줄어
중국기업이 새로운 생산기지로 미국을 선택하는 주된 이유는 생산비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중국은 인건비와 전기료가 급등한 반면 미국은 셰일가스 붐으로 에너지비용이 대폭 떨어져 양국 간 생산비 격차가 5% 이내로 좁혀졌다. 게다가 달러화에 대한 중국 위안화 가치가 2004년 이후 30% 이상 오르면서 중국 제품의 수출가격이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스턴컨설팅은 지금의 추세대로 중국의 인건비와 에너지 가격이 오른다면 2018년엔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비용이 더 적게 들 것이라고 예측했다.일부에선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 증가로 글로벌 경쟁 구도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최대 육가공업체 솽후이가 지난해 5월 미국 돼지고기 가공업체 스미스필드 푸드를 71억달러에 인수해 글로벌 업계 1위(WH그룹으로 사명 변경)로 올라선 게 대표적 사례다. 미국의 로펌 스키어앤드샌더스의 중국계 변호사 마오 퉁은 “에너지와 제조업, 서비스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세계시장에서 미·중 간 새로운 합작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