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반대로…野, 세월호합의안 추인 유보

여야 원내대표 최종 담판서 합의 했지만…

'여당몫 특검 추천위원, 유가족·野 동의' 합의 불구
野, 밤 늦게까지 격론 후 유보…유가족 설득나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세월호 특별법 관련 합의문을 발표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이 가까스로 타결됐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이 협상 내용에 반대의 뜻을 나타내면서 특별법 처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합의안 추인을 20일로 연기하고 유가족 설득에 나섰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세월호 특별법과 분리 국정감사 실시 등 쟁점 현안을 논의하고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세월호 사고(4월16일)가 난 지 125일 만이다.핵심 쟁점이었던 특별검사 추천권과 관련해 상설특검법에 따라 국회 몫 특검후보 추천위원(4명)을 여야가 2명씩 추천하되, 여당 몫 2명은 유가족과 야당의 사전 동의를 받아 추천하도록 하는 데 합의를 봤다. 새누리당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기존 실정법 체계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저의 결심과 책임, 권한으로 야당과 유가족에게 특별검사 추천권을 양보했다”며 “배상과 보상 문제도 유가족을 배려하는 의미에서 빨리 논의하자는 박 원내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배상 및 보상 문제는 다음달부터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또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특검 임명을 두 차례 연장할 것을 요구하면 본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현재 본회의에 계류 중인 법안 93건과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간 43건의 법안 가운데 여야 정책위원회 의장이 이미 합의한 법안은 앞으로 소집할 첫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새누리당은 이날 원내대표 합의 발표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합의안을 박수로 추인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유가족들이 협상 내용에 반대해 추인을 유보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측에 가이드라인을 줬는데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특검 추천위원 2명을 여당이 추천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직후부터 밤늦게까지 계속된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는 추인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유가족이 합의안에 반대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재협상하자는 주장과 이제 유가족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특히 당내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재협상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다. 이에 중진 의원들이 자칫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박 원내대표가 무너질 수 있다며 유가족 설득 기회를 갖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추인을 유보하고 20일 세월호 유가족 총회 때까지 대화를 계속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새정치연합이 유가족 설득에 실패해 합의안 추인을 하지 못하면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도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야당이 또다시 합의를 파기하면 국정운영 파탄과 식물국회에 대한 책임을 모두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이호기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