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종 교리서·리델 주교의 '한불자전'…천주교 역사 만나보세요

'한국교회사硏 설립 50주년'展
명동성당 낙성식 초대장
지난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광화문에서 집전한 시복미사에서 성인 바로 아래 단계인 복자로 선포된 한국 천주교사의 초기 순교자 정약종(1760~1801). 다산 정약용의 셋째 형인 그는 형제 가운데 가장 늦게 천주교를 접했지만 신자가 된 뒤에는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최초의 조선천주교 회장을 지내며 전도와 신자 교육에도 앞장섰던 그는 일반 신자를 위한 교리서도 직접 썼다. 한자를 모르는 신도를 위해 한글로 쓴 교리서 《주교요지(主敎要旨)》와 미완성작인 《성교전서》다.

《주교요지》를 비롯해 한국 천주교사의 주요 자료를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명동성당 앞 가톨릭회관 내 평화화랑에서 개막한 ‘한국교회사연구소 설립 50주년전’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 연구소의 주요 소장품과 간행물 등 지난 50년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정약종의 둘째 아들 정하상(1795~1839)이 작성한 《상재상서(上宰相書)》와 주문모 신부를 조선에 파견했던 북경교구장 구베아 주교(1751~1808)의 저서 《묵상지장(想指掌)》, 제6대 조선교구장 리델 주교(1830~1884)가 프랑스 선교사들의 한국어 학습을 위해 편찬한 사전 ‘한불자전(韓佛字典)’, 신학생 방바오로와 이아오스딩의 서약서, 뮈텔 주교의 사목 서한, 대구 한옥성당 소실 전보 등을 선보인다. 이 중 ‘묵상지장’은 묵상하기가 손바닥을 보는 것과 같이 쉽다는 의미로 묵상의 중요성과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조선 전국 읍지를 모은 《여지도서(輿地圖書)》 원본도 일반에 최초 공개된다.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 교회사연구소 관련 사진 기록 △연구소 출간물 △연구소 소장 자료 △연구소 설립자 최석우 몬시뇰을 기억하는 영상 등 네 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한국 천주교 최초로 설립된 교회사 전문 연구기관이다. 20일 오후 명동성당 문화관 코스트홀에서 열린 설립 50주년 기념식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인 조규만·정순택 주교 등이 참석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