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불 켜진 한국인의 위 건강, 정기 검진이 필수

‘위 질환’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한국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1명이 위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위염 환자가 연평균 3.4%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위암 진단의 경우, 전체 남성 암 발생률 1위, 남녀 통틀어서는 갑상선 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다.

◆맵고 짠 식단과 올바르지 못한 생활 습관이 위 질환 부추겨한국인들에게 유독 위 질환이 많이 발병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복합적이지만, 먼저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우리나라의 식습관을 꼽을 수 있다. 젓갈, 김치, 각종 장류 등 소금 함량이 많은 음식들이 문제인데, 나트륨을 다량 섭취할 경우 위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짠 음식과 함께 탄 음식, 질산염이 함유된 가공 육류 등의 과다 섭취도 위 건강을 해치며, 최근에는 지나치게 매운 음식은 위암의 진행을 억제하는 세포의 기능을 무력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또한 올바르지 못한 생활 습관도 위 질환을 부추긴다.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를 비롯한 잦은 술자리, 불규칙한 식사 등 현대인들이 지양해야 할 생활 습관들로 인해 ‘신경성 위염’이라고 불리는 기능성 소화불량 발병도 증가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감소 추세지만 전세계적으로 한국인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다양한 위 질환 발병을 높인다. 특히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위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의 대표적인 원인인데, 이 위축성 위염은 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찌개와 같은 음식을 여럿이 떠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회식 문화 등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부추기는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뚜렷한 증상이 없는 위 질환, 정기적으로 검사해야건강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결코 안심하면 안 되는 위 질환. 많은 소화기 내과 전문의들이 “위는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하는 이유가 있다. 위암의 경우 암이 상당 수준 진행될 때까지 소화불량, 복부 팽만감 등의 일반적인 증상만 간헐적으로 나타날 뿐 특별한 증상이 없어 자가 증상을 통한 조기 발견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은 위염, 위궤양 등 대부분의 위 질환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만으로는 어떤 위 질환이 발병됐는지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발병률은 높은데 생활 습관 개선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예방법이 없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검진방법은 다양하지만 그 중 가장 정확한 방법은 위내시경이다. 위내시경은 카메라가 달린 긴관 형태의 기구를 입을 통해 식도로 삽입하여 위, 십이지장을 직접 관찰하고 이상이 있는 부분을 면밀히 체크하는 검사 방법이다. 우리 몸 속을 카메라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만큼, 각종 위 질환 파악이 다른 검사 방법보다 훨씬 정확하다. 특히 내시경을 통해 초기 암세포를 발견한 경우, 내시경에 달린 칼로 바로 떼어내는 용종제거술 등 내시경의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 최근 초기 위암 치료의 비중이 증가 양상을 띄는 것도 이러한 위내시경 검사가 과거보다 보편화된 것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김지범 부민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위내시경 검사는 위암 발생이 늘기 시작하는 40대부터는 적어도 2년마다 한 번씩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며, “가족력이 있거나 평소 위장에 이상 증상이 느껴지는 편이라면 1년에 한 번 정도로 검사 주기를 앞당기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