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근 건축의 백미 '공간 사옥' 미술을 품다

김창일 회장, 150억에 인수 '아라리오뮤지엄…'으로 새 단장
내달 1일 개관…마크 퀸·백남준 등 작가 작품 96점 전시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일본 설치작가 코헤이 나와의 작품 ‘픽셀 더블 디어#7’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 원서동 창덕궁 옆에 있는 옛 공간 사옥은 한국 현대건축 1세대인 고(故)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건축물이다. 1971~1973년 완성된 본관은 기왓장 느낌의 전돌(검은색 벽돌)을 주 자재로 삼았고, 외벽에는 담쟁이덩굴이 덮여 있다. 한옥 구조로 된 내부는 크고 작은 공간이 막힘 없이 이어져 있다. 현대건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공간은 올해 초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바뀐 공간 사옥.
이 건축물은 지난해 공간그룹의 부도로 공매에 부쳐졌지만 입찰자가 없었다. 미술계의 큰손이자 천안 지역 기업가인 김창일 아라리오그룹 회장(63)은 공간 사옥을 지난해 11월 150억여원에 사들여 9개월 만에 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꾸몄다.

그 첫 전시인 ‘리얼리(Really)?’가 다음달 1일 열린다. 김 회장은 지난 30여년간 3700점이 넘는 국내외 미술작품을 수집해 2009년 미국의 미술전문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1978년부터 천안에서 시외고속버스터미널, 신세계백화점·멀티플렉스 등을 경영하는 ‘아라리오그룹’을 이끌어 왔다. 1998년부터 ‘씨킴(CI KIM)’이란 이름으로 작품 활동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21일 갤러리 내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갤러리로 변신한 공간 사옥은 옛 건물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43명의 작가가 만든 96점의 작품이 건축물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건물 안에는 지하 1층에서 시작해 지상 5층까지 크리스티안 마클레이, 권오상, 백남준, 바버라 크루거, 네오 라우흐, 신디 셔먼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5층에 올라가면 1명만 드나들 정도로 좁은 또 다른 계단으로 이어진다. 아이작 줄리앙, 트레이시 에민, 수보드 굽타, 키스해링, 코헤이 나와, 마크 퀸 등 세계 유명 작가들의 대표작을 볼 수 있다.

이날 직접 갤러리 투어 가이드로 나선 김 회장은 “공간 사옥 안의 공간은 저마다 개성과 특징이 있다”며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전시하는 게 건축가에게 보답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의 여성작가인 트레이시 에민의 퀼트작품 ‘1963년을 회고하며’를 설명하며 “영국 사치갤러리가 이 작품을 구입하겠다며 백지 수표를 건넸지만 팔지 않았다"며 소장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갤러리 안에 있는 모든 작품은 천안 목촌에 있는 김 회장의 수장고에서 가져온 소장품이며 그는 앞으로도 모든 전시를 소장품으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에는 김 회장의 작품 6점도 포함됐다.갤러리의 작품 선정은 물론이고 조명과 위치까지 모두 직접 결정했다는 그는 “교향악단 지휘자가 각각의 음을 하나의 화음으로 만들 듯 개성이 뚜렷한 작품들이 어우러지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외에 제주도에 미술관 4곳을 열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에도 미술관 개관을 준비 중이다. 1만2000원. (02)736-5700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