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넉달 만에 최저…"110엔대 무너질 수도"

장중 한때 104엔대 근접
日銀 추가 양적완화 기대
기관, 해외자산 투자 늘려
일본의 엔화가치가 다시 떨어지고 있다. 엔화가치는 21일 장중 한때 달러당 104엔대에 근접하며 4개월여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연내 달러당 11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엔화는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3.70으로 장을 시작해 103.80엔(오후 5시 현재)에 거래됐다. 지난 19일 이후 사흘 연속 약세를 보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로 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부각된 때문이다.최근의 엔저 흐름은 미국의 이라크 공습 등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어 다소 이례적이란 평가다.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통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엔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엔저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7% 감소(연율 -6.8%)하면서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후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확대되면서 일본 자금의 미 국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깔려 있다. 이 경우 엔화 자산을 팔고 달러 자산을 사들이면서 엔저가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수급적인 요인도 있다. 일본 유초은행(우편저금은행) 등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자산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공적연금(GPIF)도 내달 해외 자산을 늘리는 쪽으로 자산배분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엔저 흐름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골드만삭스는 GPIF와 GPIF의 자산배분전략을 참조하는 공무원공제조합연합회 등 3대 연기금에서만 11조엔 규모의 엔 매도 압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일본 무역적자(13조엔)과 맞먹는 규모다.

투자은행(IB)들은 3개월 후 엔화가치가 달러당 107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라(112엔)와 BNP파리바, UBS 등은 110엔도 무너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