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매일유업, 우유기업 40년 만의 변신…식품·외식 '영토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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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중견기업 열전 (6) 매일유업▶마켓인사이트 8월21일 오전 8시50분
김정완 회장 경영 맡은 뒤 7년 만에 계열사 12개 늘어
외식사업 年 300억 투자…순이익 아직 기대 못 미쳐
매일유업은 한국의 대표적 유(乳)가공회사다. 고(故) 김복용 매일유업 회장이 공기업인 한국낙농가공을 인수한 1971년부터 유가공전문기업이란 말이 따라다녔다. 매일유업의 대변신이 시작된 것은 2007년부터다. 선대 회장에 이어 장남인 김정완 회장이 경영을 맡은 뒤 식품·외식기업으로 급격한 확장에 나섰다. 레스토랑, 와인, 주류, 베이커리, 커피, 농축산물 등 분야에 12개의 계열사가 추가됐다. 중국의 분유뿐 아니라 요구르트시장에도 진출하며 글로벌화를 추진 중이다.◆15개 계열사 순익 1억원
매일유업의 신규 사업 진출모델은 독특하다는 평을 받는다. 유명 프랜차이즈를 통째로 인수하거나 합작하는 일반적 형태와 달리 1~2개 점포를 우선 여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신 고급 수입 브랜드를 선호한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와 커피전문점 ‘폴 바셋’에 이어 일식 레스토랑 ‘만텐보시’ ‘타츠미즈시’ ‘야마야’ ‘안즈’, 중식 레스토랑 ‘크리스탈제이드’, 수제버거 전문점 ‘골든버거 리퍼블릭’, 인도 카레 전문점 ‘달’, 냉장카레 ‘MCC 고베식당’ 등 수많은 브랜드를 쏟아냈다.
규모의 경제와는 거리가 먼 소규모 직영점으로 창업하다 보니 초창기 이익을 내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커피전문점 ‘폴 바셋’을 운영하는 엠즈씨드는 지난해 간신히 흑자전환했다. 중식 음식점인 ‘크리스탈제이드’는 2012년(-15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4억원 적자를 냈다. 매일와인판매는 올초 와인 수입회사 레뱅드매일과 합병 전까지 4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2010년 중국 요구르트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설립한 ‘청도엔요유업유한공사’도 4년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작년 15개 계열사(사업보고서 기준)의 당기순이익과 손실을 합친 손익은 1억원에 불과하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중국시장은 변수가 많아 사업이 불확실하다”면서 “현재 효자 역할을 하는 분유사업도 중국 ‘멜라닌 파동’이 없었다면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였을 것”이라고 실적 전망을 어둡게 봤다.◆잘되면 ‘확대’, 안되면 ‘폐업’
사업영역 확대와 수익개선 지연은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식사업 확대와 경상적인 시설투자에만 연간 200억~300억원이 빠져나가고 있다. 매일유업 총차입금은 2006년 말 520억원(개별)에서 지난해 말 1234억원으로 늘어났고, 차입금의존도(총차입금/총자산)는 13.4%에서 20%로 높아졌다. 계열사 지급보증 규모는 약 160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계열사들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앞으로도 증자나 결제조건 완화, 대여금 지급 등의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외식사업의 종류가 다양해 한 곳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어렵다는 것이 매일유업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벤처식 투자’라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출시한 뒤 얼마 안돼 정리하는 게 드물지 않은 이유다. 지난 상반기만 해도 외식 브랜드 ‘달’과 ‘안즈’ ‘야마야’의 영업권을 양도했고, ‘만텐보시’의 폐업을 결정했다. 이경신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1분기까지 엠즈씨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가 순손실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구조조정 효과에 따라 하반기 수익이 개선되면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형제 '따로 또 같이' 경영…커피는 경쟁 모드
작년 11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애비뉴엘관에 커피전문점 ‘루소랩’ 3호점이 문을 열었다. 고(故) 김복용 창업주의 삼남인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52)이 1994년 개인적으로 창업한 커피업체 시케이코앤의 브랜드다. 형인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이 직접 출시한 커피전문점 ‘폴 바셋’이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 바로 옆에 프리미엄 커피전문점을 새로 낸 것이다. 형제간에 커피전쟁이 벌어졌다고 호사가들은 떠들었다.
김정완·정민 형제는 경쟁과 협력의 관계다. 커피사업을 놓고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룹경영에선 협력관계다. 매일유업의 본류인 유가공부문은 장남인 김정완 회장이 물려받았다. 삼남 김정민 회장은 매일유업의 유아복회사인 제로투세븐을 맡고 있다. 2008년 대표로 취임했을 때 1330억원이었던 제로투세븐의 매출액은 2012년 2472억원으로 늘어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정민 회장은 올해 처음으로 비상근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매일유업 경영에 참여하며 형인 김정완 회장을 돕고 있다.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매일유업의 차기 경영구도는 확실치 않다. 현재로서는 김정완 회장의 아들 김오영 씨(28)가 매일유업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김오영 씨는 매일유업 주식이 아닌 제로투세븐 주식을 지난 6월 현재 10.7% 보유 중이다. 제로투세븐 최대주주인 매일유업(34.74%), 김정민 회장(11.31%)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김정완 회장의 경영키워드, 늘 도전하는 ‘개척자 정신’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경영 키워드는 ‘개척자 정신’이다. 새로운 상품의 출시, 고부가가치 제품 창출, 수출시장 개척 등 새로운 도전을 강조한다. 낙후된 국내 유가공업을 키워낸 선친 김복용 회장의 낙농보국(酪農報國)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면도 있다. 김 회장은 해외에 나가면 유명 레스토랑들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접 맛과 서비스를 체험한 뒤 도입 여부를 검토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평소 지론과 맞닿아 있다.윤아영/이태호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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